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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섭
비정규직원으로서 기관 내에 상주하거나 빈번히 출입하는 자(공정위훈령 제14조 1항 4호 등)에는, 민간인도 포함될 수 있고, 국정원이 누구든지 필요한 사람에 대해 신원조사를 할 수 있으므로(규칙 제56조 4항), 민간인에 대해서도 신원조사가 행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공무원·교직원·민간인에 대한 신원조사는 모두 위헌이며 위법인데, 공무원과 민간인으로 나누어 본다.
2. 공무원에 대한 신원조사는 위헌이며 위법이다.
가. 신원조사는 공무원 임용예정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공무담임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공무담임권이란 입법부, 집행부, 사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 공공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헌재 2018. 4. 26. 2014헌마274 등).
공직자선발에 관하여 능력주의에 바탕한 선발기준을 마련하지 아니하고 해당 공직이 요구하는 직무수행능력과 무관한 요소, 예컨대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출신 지역 등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국민의 공직취임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1999. 12. 23. 98헌바33).
헌법재판소는 국립대학교인 ○○대학교 총장후보자 선정과정에서 후보자에 지원하려는 사람에게 1,000만 원의 기탁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기탁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총장후보자에 지원하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도록 하는 '○○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훈령)은 기탁금을 납입할 수 없거나 그 납입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헌재 2018. 4. 26. 2014헌마274).
위 법리에 의할 때, 공무원 임용예정자에 대한 신원조사는 해당 공직이 요구하는 직무수행능력과 무관한 요소를 기준 삼는 것으로서 신원조사를 거부하는 공무원 임용예정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
나. 신원조사는 공무원 임용예정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도 침해한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행복추구권에는 그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이 포함된다(헌재 2019. 12. 27. 2018헌바130). 일반적 행동자유권에는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행동을 하는 것은 물론 소극적으로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도 포함된다(헌재 2016. 7. 28. 2016헌마109 등).
헌법재판소는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특별법 시행령 별지 서식 가운데 4.16세월호참사에 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도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서약합니다.라는 부분, 즉 '이의제기금지조항'은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하여 법률의 근거 없이 대통령령으로 청구인들에게 세월호참사와 관련된 일체의 이의제기 금지 의무를 부담시킴으로써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헌재 2017. 6. 29. 2015헌마654).
위 법리에 의할 때, 신원조사를 규정한 보안업무규정은 신원조사를 받지 않을 자유를 가지는 공무원 임용예정자에게 신원조사를 받을 의무를 부담시킴으로써 일반적 행동자유권도 침해한다.
다. 신원조사는 헌법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
대법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취소'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상 법치주의는 법률유보원칙, 즉 행정작용에는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법률의 근거가 요청된다는 원칙을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며,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자유나 권리를 제한할 때에는 적어도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하여 국회가 법률로써 스스로 규율하여야 한다.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만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으므로, 법률의 시행령은 모법인 법률에 의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나 법률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만을 규정할 수 있을 뿐, 법률에 의한 위임이 없는 한 법률이 규정한 개인의 권리·의무에 관한 내용을 변경·보충하거나 법률에 규정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는 없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조항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대법원 전원합의체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판결).
위 법리에 의할 때,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공무담임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
라. 신원조사는 위법하다.
시행령(대통령령) 조항이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는 경우 그 자체로 무효이며, 이와 같이 무효인 시행령 조항에 기초한 처분은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대법원 전원합의체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판결 등).
위 법리에 의할 때, 보안업무규정의 신원조사 규정은 헌법상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어 그 자체로 무효이며, 이와 같이 무효인 보안업무규정에 기초한 신원조사는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
마. 국가정보원직원에 대한 신원조사와의 비교
국가정보원직원에 대한 신원조사에 관하여는 법률인 국가정보원직원법에서 신원조사를 한다는 규정(제8조의2)을 두고, 구체적인 절차 등은 국가정보원직원법 시행령에서 규정(제2조의5)하고 있어서, 헌법상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