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정의연대,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 등이 개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반대'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신용카드업'과 유사한 부분도 있습니다. 전금법 개정안에 담긴 '후불결제업' 허용 관련 조항인데요, 소비자가 지급계좌의 잔액이 부족하면 개인별 신용도에 따라 외상구매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안 발의자는 의안서에서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적극 활용하도록 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었던 사회초년생 등 금융소외계층도 후불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신용카드 대신이라는 뉘앙스가 강합니다.
다만 해당 법이 통과하더라도 당분간은 후불결제로 큰 금액의 외상구매를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보면, 대금결제업자의 후불결제 한도는 현행 하이브리드 체크카드 수준인 30만원으로 도입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는 "이용자 편의성, 이용 추이 등을 고려해 추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금법 개정안에선 후불결제 한도에 대한 부분은 모두 당국에서 언제든 수정할 수 있는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후 한도가 대폭 오를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되면 소득능력이나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과잉채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지금은 30만원이지만 이후 100만원 등으로 상향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카드 기능과 똑같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은행·카드업과 같은 서비스인데 규제는 엉성
이처럼 지급업자는 사실상 은행·카드업과 같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도 은행법 등 금융 관련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김득의 상임대표는 "지급업자는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적용받지 않는다"며 "금융업권에서 까다롭게 실시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고, 예금자 보호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게 되는데, 이는 핀테크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습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도 "법안이 통과하면 소비자는 네이버 등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인공지능(AI)이 추천하는 보험·펀드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며 "그런데 만약 사모펀드 사태처럼 부실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해 네이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3월말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될 예정인데, 핀테크 업체들은 이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개정안에 대해 네이버 등 소위 '빅테크' 쪽 수혜만을 생각하는데, 소형 대부업체 등도 이런 사업에 대거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충분한 감독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전금법 개정안을 폐지하고, 핀테크 업체들도 기존 금융권 내 규제를 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유럽연합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핀테크 사업자에 대한 규제 특례는 없는 상황입니다. 조혜경 선임연구위원은 "유럽연합(EU)은 핀테크 신사업자나 신종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기존 금융법제에 편입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며 "그러면서도 은행, 비은행 금융회사, 비금융 핀테크·빅테크 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동일한 규제를 적용한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핀테크 사업자에 대해 특별한 지원도, 사전통제도 하지 않는 무개입주의를 특징으로 합니다. 하지만 EU나 미국 모두 '서비스로서 은행업(banking as a service: BaaS)', 즉 핀테크 업체에 대해 예외적인 규제 특례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같다는 것이 조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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