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논 데파스 페루 UNMSM 교수필자가 페루 방무시 찍은 사진
박호진
안데스 지역 전통사상을 복원한다는 학자들이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의 이론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이유는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위도상 수직적으로 길게 배열된 라틴아메리카 대륙은 경도상 수평적으로 배열된 유라시아 대륙보다 농업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하였기 때문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위도상 남북축으로 배열된 라틴아메리카 대륙은 위도에 따라 달라지는 온도 차이 때문에 농경발달이 동서축으로 배열된 유라시아 대륙보다 뒤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안데스 지역 고대문명을 유라시아 대륙에 버금가는 문명이자 현대 산업 문명을 대체할 문명으로 보려는 이들 지역 학자들에게 제레드 다이아몬드 이론은 글자 그대로 자신들의 논리에 찬물을 끼얹는 주장인 것이다. 필자가 보더라도 이들의 불만은 이해할만하다. 만약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한반도가 생태학적으로 문명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지형이라고 단언한다면 과연 우리는 저명학자가 말한 것이라 하여 그러려니 하겠는가?
학문적으로 볼 때 <총, 균, 쇠>는 의심할 여지 없는 명저이다. 그런데도 폴리네시아 지역의 위도에 따른 농업발전과 문명발전사례 연구를 통해 라틴아메리카 고대문명을 사례연구 없이 위도상 협소한 지형을 가졌기 때문에 멸망할 수밖에 없는 문명으로 규정한 것은 가정 속에 이미 결론이 포함된 것이다. 즉 총, 균, 쇠로 라틴아메리카 고대문명이 멸망한 것이 이미 알려진 상황에서 폴리네시아 지역의 위도에 따른 농업 및 문명 발달의 사례로 라틴아메리카 고대문명 멸망의 필연성을 추정한 것이다.
필자는 이 대학자의 견해에 반대할 생각은 없다.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라틴아메리카 지역 고대문명 사례연구를 안 했더라도 라틴아메리카 고대문명이 총, 균, 쇠로 멸망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데스 전통 사상을 복원하려는 학자들은 안데스 지역 고대문명이 총, 균, 쇠에 의해 필연적으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야 할 문명이 아니라 현대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문명임을 증명하려고 노력하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중 제논 데파스 교수가 최재천 교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농업이 생물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에 반대 관점을 표하고 싶었던 것이다. 특히 안데스 지역에서는 한국이나 중국 양쯔강 유역에서 볼 수 있는 벼와 같은 단일 작물 재배방식과는 달리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는 농경 방식이 적용되고 있었음을 언급하려 한 것이다.
안데스 지역은 위도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고도에 의해서도 온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한 작물을 방대한 지역에 단일하게 심는 영농방식은 불가능하다. 안데스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단식 밭에는 기후와 온도에 따라 각각 다른 작물들을 심는다. 제논 데파스에 의하면 이렇게 안데스 지역에서 각기 다른 기후와 온도에 적응한 감자의 종류만도 수천 종에 이른다고 한다. 즉 안데스 지역 농경 방식은 일찌감치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는 농경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제논 데파스의 주장을 옹호하거나, 제레드 다이아몬드를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제논 데파스든, 최재천이든, 제레드 다이아몬드든 서로 간의 소통의 장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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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립대 중남미 지역학 박사학위 소지자로 상기 대학 스페인어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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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태학적 전환"에 대한 페루 국립대 교수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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