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부자되는 것, 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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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역시나 웃자고 하는 말인 줄 알고 웃고 넘어가는 나를 향해 딸아이는 '우리반 애들 대부분 그런데...' 하며 거듭 확인해주었다. 요즘 초등생들부터 하도 공부를 시키니 공부가 힘에 부쳐 그러는가보다 했지만, 그건 단순히 공부가 하기 싫은 것도 아니고, 사춘기 반항도 아닌 그냥 그 또래 아이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였다. 힘들이지 않고 신나게 살기.
비단 아이들 뿐일까. 서점에 가서 베스트셀러를 보면, 그 시대의 키워드를 알 수 있다던데 요즘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주린이 ooo', '첫 투자 ooo' 같은 투자 관련 서적이 대부분이다. 주식으로 부자되는 것, 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젊은 세대들이 주식에 관심을 갖는 것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이 관심을 가진 투자가 단기 투자에 그치기 때문에 투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정말 요즘 보면, 온 나라가 도박판이 된 것 같다.
무서운 것은 이런 것들에 자기도 모르게 물들어가는 우리 시대 아이들의 가치관이다. 우리 세대와 다르게 일의 가치보다는 돈의 가치가 우선이 되는 세상에서 돈은 무조건 제일 좋은 것이고, 일 하지 않고도 돈을 버는 불로소득이야말로 지향해야 할 가치이며, 돈이 많은 사람이 제일 부러운 세상이 되어가는 것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성실함과 근면함 그리고 절약 정신이 더이상 지향해야 할 가치가 아닌 세상, 깊이 사유하지 않고 보이는 것에만 반응하는 얕은 사고, 성실에 대한 보상보다 약삭빠르고 요령있게 사는 것에 대한 보상이 큰 사회에서 아이들이 가지게 될 가치관의 변화를 남 일 보듯 두 손 놓고 바라보고만 있어도 될까 싶다.
그래서 나는 아직 아이들에게 말한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고, 이 세상에는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늘상 열심히 살아야 된다고 말하는 나를 보는 아이들의 무념무상한 표정.
"엄만 너무 재미없어."
맞다. 내가 들어도 공허했다. 세상 하품 나오는 얼굴로 공감할 생각이 없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내가 졸지에 세상물정 모르는 엄마가 되어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근면과 성실의 가치가 부정당하지 않는 사회, 개근상이 부끄럽지 않은 세상이 오길 바라는 건 너무 구닥다리 사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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