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처제가 보내온 한라봉
이안수
아내의 표정은 이전에 직면한 적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담긴 메시지를 즉시 해독하는 것은 내게 아직 무리였습니다. 몇 개를 식탁에 올리고 함께 맛을 보았습니다.
"바로 따서 보냈네. 어제 딴 듯 신선한 걸 보니..."
들쭉날쭉 크기가 달랐지만 아내는 흡족해했습니다.
"과일은 공산품이 아니에요. 햇살과 바람과 토양과 농부의 땀으로 익은 것이라 큰 것은 맛있고 작은 것은 더 맛있어요."
입 밖으로 내지 않은 내 마음속까지 읽어서 미리 답했습니다.
접시에 몇 개씩을 담아 아내가 계단을 몇 번 오르내리니 박스 속은 금방 쑥 내려갔습니다.
"아~ 그 표정은 '물정에 어둡다'라는 표정이었구나."
언제 다 먹지, 했던 내 말 뒤의 아내 표정이 비로소 독해가 되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내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샐러드볼에 가득 담아온 잘 익은 김치 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