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의사당.
권우성
진정한 청년정치는 결과로 말할 때에만 의미가 있다. 동등한 시각과 실력으로 기성세대를 누를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잘해서 봤더니 청년이어야지, 청년이니까 일단 시켜보자는 믿음으로 정치를 맡긴다면 미래세대의 가능성만 닫는 꼴이 될 것이다.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지, 일단 당선시켜놓고 보자는 것은 도박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정당이 시스템으로 청년정치인 육성해야
비비크림 청년할당방식 대신, 체계적으로 청년들을 교육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진정으로 청년세대가 정치에 나서길 바라고 동등한 실력으로 기성세대의 정치를 대체하길 바란다면 말이다.
유튜브 박시영TV에서 민주당 정은혜 전 의원이 나와 했던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HOT나 핑클 같은 1세대 아이돌들은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연예계에 입문했고 연습기간을 오래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열정과 재능으로 커버했다. 반면 최근 등장한 BTS나 블랙핑크 같은 아이돌들은 오랜 기간 자신들의 10대를 바쳐 연습하고 훈련된 인재들이고 이런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이 전세계적으로 K-POP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한국의 정당들도 이런 흐름을 참고해 청년정치인을 육성해야 한다."
북유럽에서 20대 장관, 30대 총리가 나오는 것을 마냥 부러워해서 덜컥 자리를 내어주는 건 결과만 놓고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10대 때부터 정당활동을 통해 훈련을 받아왔고 그래서 국민들도 의심하지 않는다. 청년이라고 하면 물음표부터 붙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청년들이 결과로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정당 내에서 체계적인 청년정치인 육성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정당들, 교육프로그램과 자체조직 등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정답은 아카데미와 청년당의 투트랙 전략이다. 정의당은 2018년에 향후 10년을 내다보면서 진보정치 4.0 아카데미라는 훌륭한 교육시스템을 구축했다. 최소 10개월 동안 함께 어울리며 주말마다 공부하고 실습할 수 있는 훌륭한 교육시스템이다. 오랜 기간 동안 수강생들을 교육하며 관리하고, 정당의 이념과 정책을 학습시키고, 그 과정에서 청년정치인에 대한 사전검증까지 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이다.
청년할당 대신 아카데미 출신들에게 의원실 1년 근무를 할당하는 것이 백배 낫다고 본다.
당의 자체적인 교육시스템 안에서 발견한 인재들에게 의원실 1년 근무를 할당하는 것이, 외부의 검증되지 않은 청년에게 국회의원 당선을 약속하는 것보다 현실적이고 체계적이지 않은가? 이들이 원내 경험을 쌓고 지역으로, 시민사회로, 정당으로 뻗어나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당을 위해서나 청년 정치를 위해 더 중요하다. 또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청년들의 정치적 사고를 기르고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당대표 성추행과 맞물려 창당이 미뤄지긴 했지만, 정의당 내 청년당인 청년정의당은 착실하게 창당을 준비해나가고 있다. 청년당은 청년들이 정치적 경험을 쌓아나갈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체적인 세력화를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독일의 청년당들의 경우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독일의 기민당,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은 모두 자체적으로 청년당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모정당과도 각을 세우고 논쟁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색채를 분명히하고 독자적인 주관을 바탕으로 정치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