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일, 희망뚜벅이 33일차 서울 흑석역에서 김진숙 지도위원과 코레일네트웍스노동자들
연정
2019년 12월 30일, 코레일네트웍스 노사는 무기계약직의 정년을 2019년부터 만 61세로 연장(고령노동자가 많은 역무직과 주차직은 만 62세)한다는 합의를 한다.
당시 강귀섭 코레일네트웍스 대표이사와 서재유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지부장이 직접 현안 합의서에 서명날인을 했다. 당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1958년생 노동자들의 61세 정년 도래를 앞둔 상황에서 일단 대량해고를 막고 추후 65세 정년연장 논의를 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사측은 합의를 하자마자 내부 절차를 거칠 동안 기다려달라며 7개월 동안 시간 끌기를 하다가 결국 이사회 부결을 핑계로 합의 이행을 하지 않고 23명을 해고했다. 희망뚜벅이에 대구 일정부터 계속 참여하고 있는 이현서씨는 그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이씨는 2017년 8월 부산선상주차장에서 코레일네트웍스 직접고용 기간제로 근무를 시작했다.
"보통 주차장 관리를 해요. 주차비 수납 정산하고, 무인 정산기가 안 될 때는 A/S도 해줘야 돼요. 차가 고장이 났을 때는 빼주기도 해야 되고, 청소도 해야 되고. 하는 일이 많아요. 주차장이 크니까 돌아다녀야 돼요. 이상한 일이 많이 벌어지거든요. 물 새는 곳도 봐야 되고, 물이 안 빠지는 배수구도 확인해야 되고. 비 오면 주차장 바닥이 한강이 돼요. 그것도 뚫어야 돼요. 별의별 일을 다 합니다."
한 달 단위로 계약을 했지만, 그곳 역시 70세까지 근무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2018년 12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겼다.
"무기계약직 한다고 사인을 하라 그래요. 무기계약직이 뭔지 알겠어요? 그냥 했더니 그다음 해가 정년이라고 내보내잖아요. 정년합의를 해서 주차는 62세가 되었어요. 근데 처음 일주일만 기다리면 서류 정리해서 복귀하는 걸로 해주겠다 했는데, 안 해줘요. 한 달 뒤에 이사회 여니까 그때 해주겠대요. 근데 이사회에서 부결됐다 그래 가지고 또 넘어가요. 결국에는 법적으로 해라."
당시 강귀섭 대표이사가 28명 해고노동자 복직에 관한 기안서 작성을 지시했으나, 하석태 교통사업본부장 등 실무자들이 이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노동자들은 코레일의 압력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왜 약속을 해놓고 안 지켜? 우린 큰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약속만 지켜달라는 거예요. 약속을 안 했으면 투쟁 안 해요. 강귀섭 사장은 곧 복귀시켜 준다 그랬는데, 하성태 교통본부장이 코레일 기획조정실의 명을 받아 반대를 한 거죠. 고용노동부 서부지청(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서부지청)에서 합의이행을 하라고 행정지도를 했는데, 그것도 못 하게 한 거예요. 이렇게 1년이 넘어온 겁니다." (윤대진, 무기계약전환 2019년 해고)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 전 국민 기만한 공공기관 사장
윤대진씨는 2012년 코레일네트웍스 기간제로 입사해 경의중앙선 월롱역 등에서 7년 동안 역무원으로 근무해왔다. 윤씨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승강장을 수시로 순회하고, 첫차와 막차 시간에 맞춰 승강장 개방·폐쇄하는 일을 해왔다.
역사 내외 시설물과 환경 관리, 자동발매기 등 각종 기계 보정 관리, 민원인 응대 등의 업무도 윤씨가 해온 일 중 일부이다. 이 업무들은 코레일 정규직 노동자들의 업무와 동일한 것이고. 승객들의 생명·안전 문제와 직결된 것임에도 코레일 직접고용 전환 대상 업무에서 제외되었다.
사측이 정년연장 합의 이행을 하지 않으면서 2019년 말에 해고를 당한 윤대진씨 역시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에 해고된 경우다. 이 해고 문제의 발단은 2013년 박근혜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에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있었는데, 윤씨는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희생된 셈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기간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해주라고 한 거예요. 1958년 10월 31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안 하고, 그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했어요. 저는 생일이 12월 24일이라서 무기계약직 전환이 된 거죠.
그때 잘해준 것처럼 생색을 내더니 무기계약 전환자들을 잘라버린 겁니다. 1958년 10월 31일 전에 태어나서 그때 전환 안 된 사람들은 지금도 매년 계약갱신을 하면서 근무를 하고 있어요. 그 사람들은 70살까지 근무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부당하다는 거죠."
"10월 31일은 무슨 기준인가요?"
"자기네들이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한 거예요. 구멍가게예요."
10월 31일을 기준으로 무기계약직 전환 여부를 나누었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되어 몇 번이나 그 의미를 묻자, 윤대진씨는 이해가 안 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윤씨는 누굴 원망해야 하나? 대통령을 원망해야 하나? 아니면 12월 24일에 자신을 낳은 부모와 자신의 사주팔자를 원망해야 하나? 윤씨가 만약 두 달만 더 일찍 태어났다면 해고를 면할 수 있었을까? 차라리 제비뽑기를 하거나 주사위를 던졌다면 덜 억울했을까? 기가 막힌다. 시트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인데, 웃을 수가 없다.
정부 정책에 의해 그것도 공공기관에서 정규직 전환을 한다면서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원칙 없는 기준으로, 해당 노동자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될 고용형태를 결정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지. 그때 당시 회사 측에서 무기계약직 전환실적 보고에 필요한 인원이 딱 그만큼이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