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가게 앞에서 한 주민이 어떤 걸 사야 하나, 고민이 많아 보인다.
최육상
과자 가게에는 약과, 깨잘(쌀과자), 부채 과자 등 옛날 과자가 수북하게 쌓인 채 군민들의 발걸음을 유혹했다. 한 주민은 과자 종류가 많아 고민이 되는 듯 과자 꾸러미를 이리저리 유심히 살폈다.
점심 무렵이 되자, 장터 순댓국 골목에도 사람들이 하나둘 발걸음을 놓았다. 사람들은 뜨끈한 순댓국으로 서둘러 시장기를 달랬다. 어느새 포장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섰다.
전북 순창군은 1개 읍과 10개 면, 131개 법정리, 311개 행정마을로 구성돼 있다. 순창군의 인구는 2020년 12월 기준 27,810명이다. 순창읍에 전체 인구의 1/3 이상인 10,308명이 모여 있고, 10개 면에 적게는 1,143명부터 많게는 2,356명까지 흩어져 살고 있다.
설 대목 장은 순창읍내에 선다. 순창읍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마을까지는 버스를 타고 1시간 가량을 가야 한다. 순창군 내에 살더라도 읍내에 마실을 다녀오려면 큰맘을 먹어야 한다. 만만치 않은 거리다.
순창 같은 농촌시골의 대목 장날은 그래서 오랜만에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잠시나마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만남의 장이기도 하다. 흔히 '○○네 아들이 이번에 승진했댜', '□□네 딸이 시집가서 작년에 딸 낳았다더만'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은 장날을 통해 순창군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대목 장을 경험하고 나서야, 고향이 순창이신 부모님께서 어떻게 순창군 사람들의 거의 모든 동정을 꿰고 계셨는지 이해가 됐다. 내가 순창에서 '제 부모님이 ◯◯◯, △△△'이라고 인사를 드리면, 부모님을 알고 계시는 분들의 입에서는 "아, 자네가 둘째 아들이구만"하고 아는 체를 하셨다. 알고 보면 섬뜩해지는(?) 시골의 삶이다.
"코로나 땜시 아무도 못 온다요", 아쉬운 엄마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