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앞에서 진행된 '송강호' 석방 촉구 기자회견왼쪽부터) 이명옥 공동대표(평화어머니회), 민승준 위원장(개성관광재개운동본부), 나, 홍선희(동북아평화연대 공동대표)
송원재
제법 긴 시간동안 운동가들과 주민들은 늘 강정에 있었다. 서로 연대하고 투쟁하며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책 페이지를 넘기는 한 장 한 장 부끄러움이 켜켜이 쌓여갔다. 그들의 투쟁을 못 본 척하고 그들의 투쟁이 사실 우리 모두의 평화를 위한 것이었음에 고개 돌렸던 것. 하지만 모른 체 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가족과 아침식사를 함께하고 친구와 카페에 앉아 한참을 깔깔거렸던 것, 낙엽 지는 돌담길을 좋아하는 사람과 손잡고 걸었던 일상의 작고 소중한 것들이 바로 '평화'임을. 거저 주어지는 것 같은 당연한 일상이 투쟁의 최전선에서 자신의 개인적 평화와 자유를 기꺼이 대가로 지불하고 철장 안에 갇힌 송강호 같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임을 나는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나는 빚을 졌던가? 그렇다. 나는 송강호와 그와 같은 이들 때문에 지금 '평화'롭게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이 빚을, 이 부채감으로 인해 불편한 마음을 어떻게 덜어낼 수 있을까. 아주 작은 것이나마 해야 한다.
그의 석방을 촉구하고, 실형을 내린 판사를 규탄하는 집회소식을 들었다. 집회하는 이들 옆에 서있기라고 하고 싶었다.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비폭력적 시위를 주도한 운동가가 감옥에 갇혀있다니 가슴이 답답했다. 나는 무언가 해야 했다.
'송강호는 제주와 세계평화를 수호하고, 나는 그 일을 하는 운동가를 수호해야한다.'
어떤 의지의 한줄기가 답답했던 숨을 트이게 했다. 그리고 나는 십 년 이상의 세월동안 알고 있던 제주강정마을을 위해 송강호 평화운동가를 위해 처음으로 직접 몸을 일으켜 거리로 나섰다. 지난 5일 대검찰청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선 나를 사람들이 지나쳐갔다. 현수막 문구를 유심히 보는 이도 있고, 무심하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치는 이들도 있다. 바로 어제까지는 저들이 나였다. 오늘은 현수막 모서리를 한쪽을 쥐고 선 자가 나다.
개성관광재개운동본부 민승준 위원장은 "전쟁 중인 한반도에서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무죄입니다. 한반도 평화의 바다 제주에서 평화의 기도를 하다 감옥에 갇힌 송강호 평화운동가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며 한반도를 전쟁없는 세상으로 바꾸는 그의 용기와 격려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사법부의 무죄 선고를 기대합니다"라고 발언했다.
이어 서울통일의 길 대외협력팀의 송원재 실장은 "평화로운 제주 남쪽바다에 군사적 위험이 있다는 핑계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편승하여 우리 땅을 미국의 대중국 전초기지로 내주기 위한 허울일 뿐입니다. 그런 거짓된 동기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부수고 세워진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것은 평화운동가로서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지건설반대 투쟁에 보여준 몇몇 행동만을 문제 삼아 과도하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법의 형편성에 맞지 않습니다. 그런 부당한 판결로 검찰과 법원이 국민위에 군림한다면 잘못된 일입니다. 송강호 평화운동가를 즉각 석방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평화어머니회 이명옥 공동대표는 "평화비행기를 타고 강정마을에 갔을 때 구럼비 바위에 가는 것을 막는다고 가장 아름답다는 제3올레 길을 경찰들이 막고 못 들어가게 했습니다. 자연은 인간이 파괴하고 훼손하고 정복하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송악산 해안을 개발하려 하는데 만약 개발을 한다면 오름과 지형이 망가져 귀중한 세계유산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인간은 잘 보존된 자연을 후손에게 되돌려줘야 합니다"라고 외쳤다.
전쟁기지를 짓기 위해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훼손하고 강정마을 공동체를 분열시킨 국가의 폭력에 대항하기 위하여 그리고 평화를 수호하고자 기꺼이 공권력과 맞선 평화운동가를 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는 십 년 만에 거리에 섰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고 모욕당하고 수감되는 이들 덕에 누리는 일상이라는 평화를 조금은 떳떳하게 살아가기 위해 나도 송강호를 위해 소리 내 구호를 외쳤다.
"송강호를 석방하라! 해군이 뺏어간 구럼비를 시민에게!"
21세기.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황상태에 빠진 와중에 k방역, kpop, kmovie 등 대한민국의 위상은 위기를 기회삼아 더 높아져만 가는 것처럼 보인다. 며칠 전에는 대한민국이 미국매체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동북아평화를 해치고 천혜의 자원을 파괴하며 마을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것이 21세기가 기대하는 혁신일까? 세계자연유산 제주에 평화의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평화의 공원'를 설립하는 것이 21세기 세계를 놀래킬 만한 혁신이 아닐까. 송강호 평화운동가를 석방하고 해군기지가 아닌 평화의 공원을 건설하는 근사한 혁신국가 대한민국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