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미얀마인들이 7일 오전 10시 옥수동에 있는 미얀마대사관 무관부 인근에서 ‘군부 쿠데타 규탄’ 집회를 열었다.
최방식
미얀마인들이 군부 쿠데타 규탄 집회시위를 공식으로 시작한 건 지난 6일. 한 달 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미얀마 대사관 부속 무관부 건물 인근에서 개최키로 했다. 주한 미얀마 대사(대사관 한남동 위치)는 수지 고문이 임명한 이여서 쿠데타 세력이 파견한 무관 근무 건물을 집회 장소로 택했다.
이들의 집회시위는 NLD한국지부(회장 얀타이툰)가 주관하고 있다. 8888항쟁(1988년 8월 8일, 네윈 군부정권에 항쟁하다 수천명(비공식) 사망) 뒤 창립된 민족민주동맹(NLD, 아웅산 수지 주도) 활동을 하다 군부에 찍혀 한국으로 온 망명객들 단체. 회원이 수지 집권 뒤 줄어 현재는 10명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인은 3만여 명. 1일 쿠데타 소식에 교민 대표들이 모여 성명서를 작성하고 집회시위 계획을 짰다. 쿠데타 직후부터 거주자가 많은 부천, 부평, 포천, 부산 등 각지에서 1인시위가 이어져 왔다. 그러다 6일부터 공식 집회시위를 시작한 것이다.
군부 쿠데타는 지난해 11월 총선 직후 징후가 드러났다. NLD가 단독정부 구성요건인 322석(전체 664석 중 투표를 안 한 22개 선거구를 제외한 642석의 과반. 총선은 전체 의석 75%만 선출하고 25%는 군부가 지명)을 차지하자 흘라잉 군사령관이 "수지 정부는 용납할 수 없는 실수를 했다", "조심해야 한다"고 불복을 시사했다.
"조국 비보에 일 손에 안 잡히고 잠도 못 이뤄"
선거결과 군부가 지원하는 통합단결발전당(USDP, 2010년 총선을 앞두고 창립)이 33석을 얻는 데 그쳤다. 군부 지명의석 166석(25%)을 합쳐도 집권엔 어림없다. 올해 7월 65세를 맞는 흘라잉 총사령관은 결국 총선에 압승한 NLD 주도 의회 개회를 몇 시간 앞두고 쿠데타를 감행한 것. 그들이 밝힌 근거는 헌법에 명시된 '군부의 비상사태 선포권'.
이에 대해 얀타이툰 NLD한국지부 회장은 "흘라잉은 2016년 60세로 총사령관을 그만둬야 하는데도 5년 늘려 연임하더니 이젠 퇴임(올 7월)할 나이가 다가오자 쿠데타를 일으켜 영구 집권을 시도했다"며 "어쩌면 그는 2009년 총사령관을 전임자 탄쉐에게서 넘겨받을 때부터 집권욕을 불태워 왔는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알자지라>의 2일자 보도에 따르면, "법률상 7월 은퇴해야 하는 흘라잉은 오랫동안 대권 야망을 품어왔으며, 지난해 11월 USDP의 굴욕적 패배 뒤 권력을 찬탈하려고 법을 위반했다"며 "1년 뒤 재선거로 USDP 의석을 늘려(군부지정 166석과 더해) 집권하려 할 것"이라는 한 호주 교수의 말을 전했다. 언론은 특히 "군부 가 아닌 흘라잉 쿠데타"라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한 미얀마 단체 대표의 말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