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들의 출입증부터 지수아이엔씨가 만든 출입증이 아니다. 에스앤아이(엣스퍼트는 에스앤아이 브랜드네임)가 만든 것이다. 이 출입증은 게이트를 통과하는 용도로 사용되었고 정규직 직원들과 청소노동자 모두 같은 시스템을 공유한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청소노동자들의 출입증부터 지수INC가 만든 출입증이 아니다. S&I가 만든 것이다. 일할 때 어떤 시설이 고장 나 있으면 S&I 관리자들에게 먼저 연락해야 했다. 청소노동자들은 S&I의 유니폼을 입었고 LG의 정도경영서약서를 작성해야만 했다.
S&I는 2020년 74개 사업장의 용역계약을 지수INC와 맺었다. 694억 원의 일감을 구광모 고모회사에 몰아줬다.
노동자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LG가 일감을 몰아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책임 없다는 건가? 그런데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불거지자 LG 홍보팀이 구광모 회장의 고모들인 구훤미, 구미정씨가 갖고 있던 지수INC 지분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간착취 지옥도
최근 <한국일보>가 노동시장의 최하부에 위치한 간접고용 노동자 100명에게 '중간착취'에 대해 묻고, 그 지옥도(地獄圖)를 펼쳐보인 연재기사를 썼다. 큰 화제가 돼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 기사를 언급했다. 그런데 '중간착취 지옥도'의 현실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곳이 바로 LG트윈타워다.
LG→S&I→지수INC 이런 하청 구조 아래에서 노동자들은 필연적으로 중간착취를 당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의 월급은 최저임금도 안 되는 169만 원이었다. 대신 고모들은 20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겨갔다.
이렇게 간접고용을 하면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쉽게 막을 수 있다. 노동자들은 수년간 원청의 일터에서 일했지만,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쫓겨난다. 원청은 하청에게, 하청은 원청에게 책임을 떠넘기면 그만이다. 더군다나 원청-하청 구조보다 복잡한 원청-하청-재하청 구조는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더 극심하게 만들어 저항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고,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후에도 책임을 더 쉽게 떠넘길 수 있다. LG트윈타워 노동자들의 싸움이 특히 힘든 이유다. 하청업체 위에 LG의 자회사가 있고 자회사 위에 LG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간접고용을 활용하면 할수록 위험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길 수 있다.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원청 사용주에게 산재 사망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이것도 노동자들이 뭉쳐 싸워야만 제대로 부과할 수 있는데, 간접고용은 노동자들이 뭉치는 걸 차단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또한, 산재 예방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구조다. 원청은 노동자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고 하청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채는데 산재 예방이 제대로 될 리 있겠는가?
진정한 쟁점
LG트윈타워 동관 30층 구광모 회장의 집무실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은 S&I가 직접 면접을 보기도 했다. S&I 소속 LG운영센타 센타장이 이력서를 직접 확인하고 가정형편과 업무능력을 물었다. 구광모 회장이 이 사실을 모를 순 있다. 하지만 매일 LG트윈타워 로비에서 농성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외침을 모를 순 없다.
LG가 응답하지 않는다고 해서 진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며, 쟁점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사측이 노조를 만들기 전에는 정년은 없고 몸만 건강하면 계속 일하라고 했다. 정년 문제가 쟁점이 아니다. 65세 이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정년을 연장해 일을 시키는 청소용역 업체는 수없이 많다. 동국대, 서울시립대, KBS, 국회 청소노동자들만 봐도 그렇다. 청소업종이 워낙 고령친화적인 업종이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을 LG트윈타워가 아니라 다른 빌딩에 배치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노동자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다. 교섭할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정든 일터를 옮기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무엇보다 그건 LG트윈타워분회를 깨겠다는 얘기다.
노조를 만들어 수당도 되찾고, 무급노동 없애고, 관리자 갑질 고발하면서 '중간착취 지옥도'를 조금이라도 바꿨는데, 노조를 포기하라니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너무나 잘 안다.
지금 새로운 업체가 들어와 있고 거기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도 쟁점이 아니다. 기존 청소 인원보다 적은 인원이 들어와 있다. 조합원은 30명이다. 충분히 함께 일할 수 있다. 그동안 노동자들은 너무나 부족한 인원 때문에 한 사람이 3~4개 층을 도맡아 일했다.
결국, 쟁점은 청소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다. 노조를 인정하고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왜 LG트윈타워에서만 안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LG가 응답하지 않는다고 해도 노동자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겪고 있는 끔찍한 현실을 후배들에게는 물려주지 않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김점례 조합원은 이렇게 얘기했다.
"나도 갈등이 많았다. 돈 몇 푼 받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뉴스 보고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연대하러 오시는 걸 보고 마음을 다졌다. 돈 있는 자들이 없는 사람을 이렇게 무시하고 짓밟는 걸 당하면서, 이대로 물러서면 안 된다는 결심이 생겼다. 특히 나는 살 만큼 살았다. 우리보다 젊은 후배들을 생각해서라도 싸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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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진정한 '중간착취 지옥도'는 LG 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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