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면접 조작사건에 관한 국가인권위원의 권고 환영 기자회견.
공익법센터 어필
2년이 지난 2020년 12월, 법무부는 난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일부 문제적인 조항이 수정되었으나, 2018년부터 법무부가 추진한 난민법 개정안과 현재 개정안의 골자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제도를 남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자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심사하고 이의신청 기회를 제한해 최대한 빨리 송환하겠다'는 목표의식은 여전히 뚜렷하다. 마치 난민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데 있어 2018년과 제반 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달라진 점이 없지는 않다. 먼저 난민인정률이 바뀌었다. 그동안 세계 최저에 가까운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계속 곤두박질 쳐 2019년에는 급기야 0.4%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하였다. 2020년의 난민인정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100명이 난민신청하면 1명도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이 모두 체류자격을 연장하려는 목적으로 난민 신청하는 자, 즉 "가짜 난민"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모든 난민 지원 활동가들과 변호사들은 난민 사유가 명백히 존재하는데도 "증거가 부족하여",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여", "박해 가능성이 높지 않아" 난민지위가 인정되지 못한 난민들을 직접 알고 있다. 한국에서 불인정된 후 다른 나라에서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도 있다.
가장 난민신청자의 수가 많고, 반면에 난민인정자는 0명에 달했다. "제도 남용하는 자가 많다"라는 주장의 근거처럼 운위되는 국가 -카자흐스탄, 러시아, 중국 등- 출신 난민신청자들도, 타국에서의 난민인정률은 두자리수인 경우가 많다. 일선 심사 현장에서는 "설마 그런 나라에서 난민이 오겠어요 다 돈 벌러 오는거지"라고 단정하는 시각이 크나, 사실과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이런 법무부의 실무적 시각에 기인하여, 2018년 러시아 출신 난민신청자는 이의신청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단 한 명도 인정받지 못했으나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신청자 중 12%, 미국과 오스트리아에서는 50% 내외, 네덜란드에서는 무려 54%가 인정받았다. 카자흐스탄 출신자의 난민신청 역시 미국에서는 35%, 캐나다에서는 무려 82%가 인정됐다. 한국은 모두 0%다.
법무부의 오해처럼 유독 한국에서만 '가짜 난민'이 몰려드는 것이 아니라면, 국내에서 난민심사가 과연 난민협약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난민지위가 불인정된 난민은 천운으로 자신을 돕는 활동가나 변호사를 만나지 못한다면 법무부의 결정을 뒤집기 어렵다. 난민법이 개정된다면 이들은 재신청을 통해서도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방도가 없을 것이다.
'허위 난민면접조서' 사태의 전말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도 2018년의 상황과 다르다. 앞선 기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도 남용 금지와 신속심사의 기치 아래 밀어붙인 심사적체 해소 정책은 2015년~2017년 사이의 다수의 '허위 난민면접조서 작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했다.
법무부는 관련 책임자는 징계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다시 '제도 남용 금지'와 '신속한 심사'를 난민법 개정의 주요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심사의 공정성이 충분히 담보되지 못하는 신속한 심사가 최악의 경우 어떤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지를 우리는 이미 확인했다.
법무부의 태도도 보다 강경하게 바뀌었다. 2018년 예멘 난민들에 대한 일각의 추방의 목소리가 영향을 미친 것인지 모른다. 현장 활동가들에 의하면, 난민인정절차의 결재 과정은 더욱 길어졌고, 난민신청자들에게 외국인등록증을 회수하고 출국을 명하는 지침은 보다 강경해졌다.
오랫동안 쟁점이 되어왔던 공항의 난민신청절차에서도 갑자기 환승객에 대해서는 난민신청을 받을 수 없다고 해석을 변경하며, 한 난민을 1년 넘게 공항에 방치하고 있다. 난민법 개정안을 실제로 제출한 것 자체도 법무부의 보다 강경한 입장으로의 선회를 보여주는 증거다.
2년동안 바뀌지 않은 것 : 국내외 난민법 개정안에 대한 변함없는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