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아침운동어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이것저것 해보다가 얼마 전부터 아침 유튜브 체조를 시작했다. 보면서 열심히 따라하다가 무릎이 아프면 의자에 앉아서 약 15분간 몸을 움직인 후 따뜻한 보리차 한 잔 마시고 어머니는 센터에 가신다.
이진순
나는 내 삶의 질을 높여주는 요소 중 하나가 '리듬'이라고 언제부턴가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중학교 때 좀 치다 그만둔 피아노와 기타에 대한 미련이 있고, 기회가 되면 밴드나 중창 같은 걸 해보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상상해보지 못한 리듬이 나의 아침을 깨우고 있다. 조금은 웃음이 나오는 인연이다. 확실히 몸을 깨우기 위해 좀 오바다 싶게 동작을 하면서 그 인연에 호응하고 있는 중이다.
운동 후 따뜻한 보리차 한 잔 마시고나서 어머니는 2층에서 1층까지 걸어서 내려가고 나는 배웅을 한다. 이 공간이 점점 익숙해지면서 어머니는 언제부턴가 "널랑 나오지 말라"라는 말을 종종 한다. "어머니 계단에서 푸더지카부댄(넘어질까봐)", 또는 "날씨가 어떤지 나도 한번 나가봐야지" 등의 말을 하면서 함께 나가서 차 타는 것을 지켜보고 들어온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를 둔 엄마의 일상이 대략 이런 것일까 싶다. 어머니가 나가시고 나면 집안일 조금 하고, 점심 챙겨 먹고 이것저것 할 일 하다보면 금세 어머니 오실 시간이 되어 있다.
얼마 전부터 어머니는 센터에서 돌아와 내가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책을 읽고 있다. 아흔 일곱 살 할머니가 30여 년간 쓴 일기를 정리한 <아흔 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란 책을 주로 읽는다. 보통 할머니가 아니라며 감탄하신다. 어떤 내용을 읽었는지 말해달라 하면 읽어가며 잊어버려서 설명은 못 하겠단다. 잊어버려도 읽는 순간 집중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6시 내고향, 뉴스 등 TV를 보면서, 땅콩도 까고 콩 고르기도 하면서 2~3시간 정도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일지를 쓰고 나면 어머니의 하루는 마무리된다. 처음에는 저녁을 먹고 나서 조금 있다 잠자러 들어가셨는데, 이젠 TV도 보고 일도 좀 하느라 1~2시간 취침 시간이 늦어졌다. 아침 8시쯤까지 그야말로 '푹잠'을 주무신다.
나는 어머니가 주무시는 밤 시간에 유튜브를 보면서 요가를 하기 시작했다. 유연성엔 나름 자신 있는 몸이었는데, 오랜 방치 끝에 막대기가 돼 있었다. 물론 시간이 너무 늦거나 이러저런 핑계로 안 하는 날도 꽤 있지만, 굳어진 내 몸을 매일 밤 요가로 기분 좋게 풀어주는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있다.
어머니와 같이 산 지 두 달
어머니와 함께 살기로 결정하면서 나는 무엇을 바란 것일까? 소소한 일상 속에서 간간이 떠오르는 질문이다. 내 삶에 대해 그리고 어머니의 삶에 대해 나는 어떤 그림을 그려왔는지를 찬찬히 살피고 싶다. 이에 대해 답하기, 조만간 하려 하는 과제이다.
우리 둘이 같이 산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때 나랑 사니까 좋은지 안 좋은지를 어머니에게 물었다. 당연히 좋다길래 그럼 뭐가 제일 좋으냐 물으니 "근심걱정이 없지"라고 하셨다. 그럼 혼자 살 때는 근심걱정이 많았냐고 물으니 그때는 별로 집에 오고 싶지가 않았다고, 이젠 집에 오면 너가 있다 생각하니 마음이 놓이고, 맛있는 것도 잘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하셨다.
두 달이 되던 날에는 우리가 같이 산 지 두 달이 되는 날이라고, 나랑 같이 살아서 좋은 점, 나쁜 점, 부탁할 점을 일지에 써달라고 했다.
'진순이하고 산 지 두 달이 되엇다는데 내 생각에는 몇일박에 안된 것 같다. 정말 유수같은 세월이구나. 행복하단 말박에 할것없다.'
1월 11일, 어머니의 기록이다. 우리는 이렇게 함께 제주 겨우살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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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겨울밭, 붉은 동백의 아우성, 눈쌓인 백록담,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포말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제주의 겨울을 살고있다. 그리고 조금씩 사랑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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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리리야 닐리리" 아흔둘 어머니와 리듬 타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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