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사진은 2020년 10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산자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조수진 의원의 '후궁 발언' 중 문제되는 부분은 크게 '정권 차원의 지원'과 '후궁' 두 가지로 보인다. '정권 차원의 지원'은 '사실적시'에 해당한다. 정권 차원의 지원이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사실적시, 그렇지 않다면 허위사실적시가 된다. 다만 국회의원 후보가 정권 차원의 지원을 받았다는 주장이 고민정 의원의 명예를 훼손시킬 사안인지에 대해선 고려해 봐야 할 부분이 많겠지만 명예훼손의 결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 판단된다. 고 의원이 정권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이 그의 명예를 높여줄 수는 있어도 훼손시키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왕자를 낳은 후궁'이라는 표현은 사실적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왕조도 아니며 조 의원의 발언을 듣고 고 의원을 후궁이라 생각할 사람도 없다. 그렇기에 조 의원의 '후궁'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렇지만 '후궁'이 고 의원에 대한 경멸적 표현이라고 한다면 모욕에는 해당할 수 있다. 고 의원은 이러한 법리 검토를 통해 조 의원을 명예훼손이 아닌 모욕으로 고소한 것으로 보인다.
고민정 의원이 고소하자 조수진 의원은 "저의 비판 글 가운데 비유적 표현이 본래 취지와 달리 모욕이나 여성 비하로 논란이 되고,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라면서 고 의원에게 "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조 의원의 사과는 정치적 행위로서는 어떨지 몰라도 형사법적으로는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조 의원이 언급한 "본래 취지와는 달리"라는 표현은 모욕에 고의가 없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모욕죄에는 고의성이 중요하지 않다. 경멸적 표현 자체에 이미 고의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결과는?
그렇다고 해서 조수진 의원의 모욕 혐의가 인정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고민정 의원을 '후궁' 아니, '왕자를 낳은 후궁'에 빗댄 것이 경멸적 표현에 해당돼야 하기 때문이다. '왕자를 낳은 후궁'이라는 표현은 왕조시대 후궁을 '왕자의 출산'만을 위한 존재로 폄하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민주공화제인 현재에 비유한 것은 그 자체로 여성에 대한 비하다. 하지만 '왕자를 낳은 후궁'이라는 발언 자체가 고민정 의원 개인에 대한 모욕에 해당할지는 좀 더 정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여성 전체를 대표하여 모욕 혐의로 고소할 수도 없다. 피해자를 대한민국 여성 전체로 넓힐 경우, 개개인에 대한 모욕의 정도는 무한대로 희석돼 거의 0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모욕죄는 유럽의 중세 기사문화에서 시작된 형벌이다. 당시 기사들은 명예를 매우 중하게 여겼고,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생각하면 목숨을 걸고 결투를 벌였다. 하지만 법치국가에서 '사적복수'는 허용되지 않는다. 누군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면 스스로 응징하는 것이 아닌 수사기관을 통해 응징해야 한다.
그래서 고민정 의원은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했고 수사기관에 조수진 의원을 응징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수사기관이 고민정 의원이 모욕당한 것이라 판단한다면 조수진 의원을 기소할 것이고,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할 것이다. 이젠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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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다. 민변 부천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기도 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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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후궁 발언' 사과, 형사법적으로 의미없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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