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
연합뉴스
학교가 가장 안전하다?
학교가 가장 안전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장소가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방역조처를 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학교는 절대로 물리적으로 안전한 곳은 아니다.
그 많은 인원이 좁은 공간 안에서 빼곡히 모여 생활한다. 등교 개학을 하면 그 많은 인원이 학교 식당에서 급식을 한다. 상상을 해보시라. 자영업자가 하는 조그만 식당에서도 감염 위험 때문에 벌벌 떨고 있는데, 수백 명이 집단으로 식사를 하는 학교 식당이 물리적으로 안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지 말이다.
그 와중에도 학교 감염병 사태가 낮았다면 그게 얼마나 고생스런 과정을 거쳐서 나왔는지 생각하는 것이 정상적인 수순이지, 이렇게 안전하니 당장 모든 학생 전면 개학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합리적 방역 대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 전국에 있는 비인가 교육시설에서 나오고 있는 집단감염이 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사회적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슷하게 어린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도 방역 대책을 소홀히 하면 어떤 가공할 사태를 낳을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식당 등 영업점에서 손님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거나 발열 체크 등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면 반발하여 힘들다는 하소연이 있다.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말을 잘 듣는 편이긴 하지만, 그만큼 대규모 인원이라 관리가 쉽지 않은 면이 존재한다.
작년에 처음 등교 개학이 실시되었을 때 학교는 식당에 투명 플라스틱 칸막이를 설치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학생들을 한 칸씩 떨어져 앉게 하였다. 처음에는 긴장감으로 지시를 잘 따르던 학생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에서 감염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2학기 말에 교사의 눈을 피해 붙어 앉아서 밥을 먹는 학생들을 떨어뜨려 놓느라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은 떨어지라 하면 '예, 알겠습니다'하고 순종하는 착한 학생을 떠올리겠지만, 집단화된 사람에게 규칙을 지키게 하는 어려움은 교사-학생 관계라 하여도 여전히 존재한다.
떨어져 앉는 척하다가 다시 붙어 앉고 노골적으로 꼭 그럴 필요가 있냐고 반발을 하는 아이들까지 다양하다. 점심시간에 감염 대책을 포함한 급식 지도를 제대로 한번 하고 나면 수업시간보다 더 녹초가 된다. 그럼에도 학교는 안전해야 하기에 사명감을 갖고 강력한 통제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가 뚫리면 대한민국이 뚫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스크가 일주일에 2매씩 구매 가능하던 시절에 교사도 똑같이 마스크를 일주일에 2매만 구매할 수 있었다. 1시간 내내 떠들고 나면 마스크는 침으로 젖어 있었다. 그 냄새 나는 마스크를 갖고 또 수업을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마스크를 게을리 쓰면 학생들이 어떻게 나올지 뻔했기 때문이다. 조용히 수업을 듣는 학생은 턱스크를 할지라도 수업을 위해 계속 떠들어야 하는 교사는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일주일에 두 장으로 버틸 수 없으니, 두 아들 몫으로 산 마스크를 갖다가 썼다. 그렇게 해서 일주일 여섯 장을 확보하여 수업을 할 수 있었다. 두 아들에겐 너희는 집에 있으니 엄마 몫으로 산 것 하고 천 마스크로 버티라 했다. 그렇게 등교 개학 시기를 버텨 나갔다.
학교가 마스크를 보급하지 않아도 알아서 그렇게 돌아갔다.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학교는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을 거란 걸. 그러니 안심하고 밀어붙이는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