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베게 고양이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면 내가 고양이에게 팔베개를 해줄 수 있는 그 시간.
황승희
고양이의 체온은 인간보다 2도가 높다고 한다. 내가 고열에 몸살이라도 나면 고양이는 자신보다 더 따뜻한 나를 파고든다. 혼자 살면서 아픈 날은 더러 있지만 꼭 오늘을 못 넘길 것만 같이 호되게 앓는 날이 있다.
'오늘 밤 내가 죽으면 우리 고양이들은 어떡하지? 사료를 다 먹도록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면 먹을 게 없을 텐데. 내가 죽은 것도 모르고 자는 줄만 알고 밥 달라며 계속 깨울 텐데.' 대답 없는 내 곁에서 우리 고양이들이 굶고 있을 상상을 하니 주책맞게 눈물부터 글썽인다. 만일에 그런 일이 진짜 벌어진다면 어떻게든 구조될 때까지 어서 나를 먹고 우리 고양이들이 살아있어 주길 나는 정말 바란다.
"고양이는 세상의 모든 것이 인간을 섬겨야 한다는 정설을 깨뜨리러 세상에 왔다."
-폴 그레이 (랩 메탈 락밴드 'SlipKnot' 베이시스트)
인류의 역사는 지독한 야만성 속에서도 꿋꿋이 약한 생명에게로 공감을 꾸준히 넓혀가는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흑인은 더 이상 노예가 아니고 여성은 마침내 참정권을 쟁취했으며 아동에겐 이제 노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 모두가 처음부터는 아니란 걸 누구나 안다.
인간은 인간을 제물로 바쳤다가 그것이 동물이었다가 이젠 어떤 생명도 제물로 바치지 않는다. 인간이 비로소 동물에게까지 공감하기 시작하였다. 나 또한 나의 사유가 인간에서 동물로, 환경과 생태로, 지구와 우주로 확장하는 것을 느낀다.
함께 지구에 와서는 인간이 최상위 포식자가 된 것은 우연일 뿐, 오만하지 말지어다. 언젠가 전 지구인이 기후 위기를 맞이하여 사상 유례없는 고난을 겪더라도, 혹 지구를 버리고 다른 별로 이주하는 날이 오더라도 약자에 대한 공감의 확장은 한 걸음 한 걸음 용기 있게 나아가길 바란다. 약자를 보살피는 인간의 신성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직도 인간은 여전히 잔인하고 폭력적이지만 나는 인간을 믿는다.
우리 고양이들은 양쪽에서 팔베개를 하고 잔다. 나는 불편한 십자가 자세로 잠들지만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십자가를 베고 나를 사랑으로 구원할 그 이름은 '고양이'. 주어진 생을 오롯이 그대로 다 살고 나중에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 '잘 먹고 잘 쉬다 간다'는 눈빛이었으면 그것으로 바랄 게 없겠다. 나에게 고양이는 오직 '사랑'이고 오로지 '사랑'이며 다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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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두 마리 고양이 집사입니다. 오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부모님과 밭농사일을 하고 글쓰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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