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니 우산 들랴, 도시락 담아갈 비닐봉투 챙기랴, 사회적 거리를 지켜야 한다는 말도 따르랴.
박향숙
일 년을 살펴보니, 역시 4월부터 10월까지 도시락을 받는 사람의 수가 훨씬 더 많았다. 선선한 날이나 또는 여름날에는 급식소의 의자에 앉아서 드실 수 있지만, 겨울엔 춥고, 게다가 눈이나 비가 오면 밖에 나오기가 어려우니 급식을 받아가는 사람의 수도 줄었다. 처음에 봉사현장에 갔을 때만 해도 도시락의 수가 평균 300여 개였다.요즘은 최대 200여 개를 준비했고 이날도 그랬다.
배식할 때는 학교 선생님인 선배와 딸이 도시락을 드렸는데, 휠체어를 탄 사람 먼저 드리고, 다른 분들은 줄을 선 순서대로 드렸다. 비가 오니 우산 들랴, 도시락 담아갈 비닐봉투 챙기랴, 사회적 거리를 지켜야 한다는 말도 따르랴, 아마도 도시락을 받는 사람들도 모두 정신이 없었을 것 같았다.
코로나로 인해 식판용 식사가 아닌 도시락용 식사로 준비하는데 코로나가 잠시 잠잠해졌던 지난 가을에는 식판용 식사로 급식센터의 식당에 들어와서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사실 봉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식판용 식사대접은 일일이 식판까지 설거지를 해야 하니 일의 양이 두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환경적 입장에서 보면 플라스틱 도시락의 사용이 얼마나 환경오염에 큰 해악을 미치는가를 잘 알고 있기에, 나이 드신 봉사자들 역시 힘들어도 식판을 이용해야 된다고 말씀하신다.
배식이 끝나고 딸은 한 기부자가 준비한 쇠머리 찰떡을 먹으면서 조용히 창 밖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중에 딸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말했다.
"비가 오는데 설마 엄마가 말한 200명의 사람들이 올까?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도시락을 통해 끼니를 해결한다는 것에 놀랐어. 코로나 때문에 안에서 먹지도 못하고, 어느 곳은 무료급식을 중단하기도 했다는데. 그럼 이 많은 분들은 나머지 끼니를 어떻게 해결하나. 어서 코로나가 종식되서 안에서 따뜻한 밥을 드릴 수 있음 좋겠네. 그리고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음식을 준비하는 봉사자 분들을 보며 하나의 도시락에도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들어간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어. 엄마의 급식 봉사활동 1년이 의미있는 시간이야."
시간은 흘러간다. 내가 움직이든 멈춰있든 시간은 흘러간다. 코로나가 내게 준 지난 1년 동안의 급식봉사의 시간도 그렇게 흘러갔다. 단지 내가 그 시간의 흐름을 찾아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을 건네니 시간이 의미있는 해답을 주었을 뿐이다. 나는 딸에게 "본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알게 되고, 알았다면 행동해야 지성인이지"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공유하기
"비 오는데 설마 200명이나 올까 싶었는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