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와 프로야구단의 결합은 어떤 모습일까?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유통에서 다른 분야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스포츠 등 유통이 아닌 부분에서 반대로 (유통을) 접목시키는 접근법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SK와이번스 제공)
신세계그룹은 지난 26일 SK텔레콤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1352억원에 SK와이번스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SK텔레콤이 보유해온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인천에 있는 연고지나 선수단, 코칭 스태프 등은 그대로 승계하기로 했다.
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단 인수에 나선 것은 유통과 야구단 운영이 경영상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야구단 인수에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재미'와 '즐거움'이라며 이색 쇼핑몰을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 오프라인 할인점이라는 주된 사업 형태는 유지하면서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만한 독특한 콘텐츠를 덧붙인 전문점을 연이어 선보였다. 일본의 이색 할인 매장을 벤치마킹한 삐에로쑈핑이나 180년의 명맥을 잇는 영국 헬스&뷰티(H&B)스토어 부츠 등 전문점이 대표적이다.
시작은 화려했다. 삐에로쑈핑은 2018년 서울 코엑스몰에서 첫 선을 보인 뒤 8호점까지 빠르게 점포를 늘렸다. 부츠 역시 지난 2017년 이후 전국 매장 수가 33개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삐에로쑈핑과 부츠는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데 성공했지만 지갑까지 열진 못했다. 결국 수익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두 전문점 모두 지난해 문을 닫았다.
이 같은 실패로 신세계의 사업 전략에는 변화가 불가피했다. 재미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소비자를 불러 모으는 게 아니라, 반대로 재미 있는 콘텐츠를 즐기는 소비자가 있는 곳에 유통을 결합하겠다는 식이다.
이 전략에 프로야구는 꽤 매력적인 콘텐츠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연간 야구장을 직접 찾는 관중이 800만명에 육박했고 각 구단에 대한 개별 팬들의 충성도도 높다. '재미' 관점에서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기에 충분한 셈. 특히 소비의 형태도 옷·신발·가방 등 전통적인 유형 상품에서 레져·오락 등 무형상품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의 최대 과제가 소비자들의 체류 시간 늘리기가 된 상황에서 온오프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야구는 핵심 서비스가 될 수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2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유통에서 다른 분야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스포츠 등 유통이 아닌 부분에서 반대로 (유통을) 접목시키는 접근법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야구 팬층과 온라인 시장의 교집합 → 20·30대
그러면서 그는 "프로야구 관중 800만명은 오프라인에 국한된 숫자"라며 "야구장에 가지 않고 매일 야구를 보거나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이들이 최근 유통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온·오프라인 통합에 최적화된 고객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세계는 20~30대 젊은 세대의 '팬심'을 끌어들이는 데도 프로야구단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 사업에 뒤늦게 뛰어든 이마트 등 유통 공룡들은 현재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에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 소비층을 빼앗겨 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중의 약 60%가 20·30대 청년층인 프로야구는 타겟 마케팅에 최적화된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게 신세계의 판단이다. 신세계 측은 "두터운 야구 팬층이 온라인 시장의 주도적 고객층과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야구장을 찾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해 야구장 밖에서도 '신세계의 팬'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의 전망도 다르지 않다. 이베스트증권 오린아 애널리스트는 26일 보고서를 내고 "프로야구단 인수로 오프라인 플랫폼이 강점을 갖고 있는 체험·경험 등의 기능을 기존 신세계그룹 유통 채널과 결합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프로야구 관중 주축이 20~30대 연령층이고 여성 관중 또한 증가하고 있어 향후 소비를 주도할 세대들에 대한 타겟 마케팅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정용진의 도전, 이번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