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형님 동생하던 경찰과 면장이 부역자 색출 과정에서 반란군으로 뒤바뀌어 취조중인 모습
심명남
코로나 언택트시대를 맞아 지역 연극인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공연이 어려워지자 여순사건을 다룬 <손가락총>을 영상으로 내놔 화제다.
<손가락총>은 1948년 10월 19일 새벽 제주 4.3 사건 진압 명령을 받은 여수 주둔 국군 제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출동명령을 거부하면서 시작된 여순사건을 다룬 연극이다. 이승만 정부는 14연대 봉기를 진압하고 여수, 순천 시민들을 상대로 부역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손가락 총이 등장한다. 국가폭력 앞에 잔인한 죽음을 맞이한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사실에 입각해 1시간 10분 분량의 연극으로 기획한 작품이다. 이를 홍보하기 위해 10여 분 영상으로 제작됐다.
여순사건, 여순항쟁으로 불러야 하는 이유
이 작품에서 아버지(민규)역을 맡은 김두혁씨는 "14연대 군인으로 들어간 동생과 아들, 딸을 둔 30대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면서 "단지 동생이 14연대 반란군이 되었다는 이유로 경찰에서 취조를 통해 부역자로 빨갱이라는 이름이 덧씌워졌고, 내가 만약 언제 죽을 줄 모르는 상황에서 취조를 당하면 굉장히 두려울 것 같다. 당시 상황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 연극을 통해 여순사건을 여순항쟁이라 불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어머니로 출연한 홍화연씨는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군인이니까 국가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데 거절했으니까 사건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여순사건을 '항쟁'이라 불러야 하는 이유는 제주도에 계신 사람들도 같은 민족인데 민족을 가서 진압하고 죽인다는 게 끔찍하고, 잔인하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건이 아니라 항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단법인 한국연극협회 양은순 여수지부장은 "제주4.3항쟁은 국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여순사건은 아직도 아니다"면서 "코로나 시국에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분들에게 여순사건을 알리는 계기가 되어 여순사건 특별법제정이 왜 필요한지 공감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아래는 지난 1월 초 양은순 지부장과 가진 인터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