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미동 망미단길 플로깅망미단길은 독립서점이 많고 전국 3대 비건 빵집 중 한 곳이 있다. 부산에서 드문 '평지'길의 안락함을 느낄 수 있어 동네여행지로도 플로깅 장소로도 좋은 곳.
김나라
우연하고 사사로운 발견의 연속. 청사포와 동백섬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해변을 만났을 때는 한적하게 앉아 '우리만 알고 싶은' 절경을 감상했다. 동네마다 품고 있는 소소한 역사에 대해 아는 대로 이야기도 나눈다.
길에 설치된 조각에 대해, 근처에 올 때 자주 가던 식당에 대해, 어떤 가게에 들락거리는 길냥이의 이름이나 이제는 쓰이지 않는 기차역에 대해. 그러면서 동네를 행정적, 경제적 단위로 보던 시선을 바꾸어, 동네에 숨겨진 생태와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방법들도 상상해 보게 되었다.
세상과 함께 나노미터만큼씩 한 걸음
반복은 마음을 안정되게 한다. 걷고, 허리를 굽히고, 손을 뻗는 단순한 동작을 일주일에 한 시간쯤 할 뿐인데, 6주 차가 된 지금 세상과 내가 정말 나노미터만큼씩은 나아간다는 느낌을 갖고 하루를 산다. 쓰레기를 줍다 보니 내가 만들어내는 쓰레기에도 민감해졌다. 제로웨이스트 생활용품을 구비해 가방에 넣어 다니며 포장 쓰레기를 줄이게 되었고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물건은 웬만하면 사지 않게 되었다.
부산의 동네를 '도장 깨기' 하다 보니, 마음속에서 지주가 되어 자존감을 갉아먹던 생각은 영토를 많이 잃었다. '내 몸과 마음만 잘 챙겨도 다행인 나인데, 과연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심 말이다.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동시에 세상에 미세하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최소 한 가지는 확실히 익혔으니까.
여전히 내가 가진 힘이 달려서 주변에 나누어주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손님들에게 활력을 주고 싶은데 어느새 초심을 잃고 기계적인 말투로 응대하고 있을 때, 없는 힘을 쥐어짜 억지 친절을 만드는 대신에 잠시 마음 깊은 곳에 있는 힘을 느껴본다. 개미만큼 작은 움직임으로도 여행처럼 즐겁게 새 길을 일굴 줄 아는 힘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6
공유하기
그물과 쇠집게... '힙스터 풀세트' 장착하고 하는 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