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5일, 여성환경연대 및 30개 단체가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환경연대
여성 1명이 평생 최소 1만4000개 이상을 쓴다는 생리대. 그러나 정작 시민들은 우리 몸에 닿는 이런 제품들이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제대로 알고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2017년 3월 21일 여성환경연대의 의뢰를 받고 생리대 유해 물질을 조사한 김만구 강원대 교수팀은 "시판 생리대 대부분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결과를 발표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8월 초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깨끗한 나라 '릴리안' 사용자 부작용 제보 등이 잇달았고, 식약처에서는 릴리안을 비롯한 시판 생리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합니다. 8월 25일 최근 3년간 생산되거나 수입된 모든 생리대 56개사 896품목(제조 671, 수입 225)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8월 29일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원회)'를 구성하여 생리대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진행 사항 및 조사 결과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로 합니다. 식약처에서는 김만구 교수 및 여성환경연대의 조사가 과학적이지 않다고 문제 삼으며, 식약처 조사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공개했습니다.
일련의 파동으로부터 3년이 지난 작년 10월 언론을 통해 "국내 유통 생리대 중 97%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습니다. 보도의 출처는 당시 국정감사 기간 중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의 문제제기였습니다. 이용호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수조사한 '일회용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조사 대상 666개 품목 중 국제보건기구와 국제암센터가 분류한 발암류 물질이 불검출된 제품은 19개로, 전체의 2.8%에 불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용호 의원실이 제기한 문제는 2017년 당시 식약처가 발표한 자료를 재분석한 결과에 바탕을 둔 것이었습니다. 팩트체크 전문매체를 표방하고 있는 <뉴스톱>은 이용호 의원실의 문제 제기가 이미 2017년에 발표된 자료를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검출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검출량인데, 기준치를 넘기지 않았음에도 '발암물질'이라는 이유만으로 공포 조성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보도한 언론들이 공포 마케팅에 편승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집니다.
생리대 안전성 관련 조사
그렇다면 식약처에서 발표한 자료는 어떤 것이고, 이용호 의원실과 식약처는 같은 자료를 보고 어떻게 다른 주장을 내어놓고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문제가 진행된 뒤 현재까지 새롭게 발표된 자료나 조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생리대 안전성 문제의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안전처 및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공개한 자료와 입장은 홈페이지의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되어 있습니다.
2017년 8월 23일 '안전성 논란 생리대 수거·검사 등 품질검사 실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논란이 터지기 이전에도 시중에 유통 중인 생리대에 대해 정기적인 품질점검을 실시하고 있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2015년과 2016년 '깨끗한 나라'를 포함한 252품목을 검사하였으며, 논란이 터진 2017년에도 원래부터 53품목을 선정하여 검사할 계획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2015년 및 2016년, 그리고 그 이전에 어떤 조사가 있었고, 그 방법과 결과는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여성환경연대는 "여성들이 일회용 생리대를 써온 지 50년이 되어가지만 단 한 번의 공적인 안전성 검증도 없었"으며, "2017년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 이후" 비로소 "유해 물질 검출 실험, 전성분 표시제 시행,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등이 시작되었다며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처음으로 자료가 조회되는 2017년, 자체적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이전 식약처는 정보공개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잠재움과 동시에 여성환경연대 및 김만구 교수 측의 문제 제기를 일축하기 위해, 여성환경연대 및 김만구 교수의 시험 결과(8월 30일)와 제품명(9월 4일)을 공개합니다. 이후 이어진 2017년 1차 조사(9월 28일)는 총 84종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중 생식독성, 발암성 등 인체 위해성이 높은 10종의 VOCs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2차 조사에서는 나머지 74종에 대한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2018년 조사자료는 국내 생리대 제조업체 5개사(깨끗한나라, 엘지유니참, 웰크론헬스케어, 유한킴벌리, 한국피앤지)로부터 보고받은 자체 조사 결과("작년보다 검출량이 줄었으며 문제없음")와 더불어 식약처가 126개 제품에 대해 자체 조사한 프탈레이트류 및 비스페놀A 검사 결과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2019년 조사에는 마찬가지로 126개 제품에 대해 VOCs 60종에 대해 검사하였고, 추가적으로 다이옥신류와 퓨란류에 대한 검사를 하였습니다. 2020년 조사에서는 2019년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던 폴리염화바이페닐(PCB)을 포함하여 조사했습니다.
한편, 2017년 안전 논란 이후 '유기농'이나 '무해함'을 강조한 광고가 늘어나자 식약처는 2019년부터 온라인 광고 실태를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는데,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 발표된 자료가 있습니다. 생리대 안전성의 주무관청은 식약처이지만, 정부가 진행한 조사는 그 밖에도 일부 존재합니다.
환경영향 평가를 담당하는 환경부에서도 향후 연구설계를 위한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한, 2018년 '오늘습관' 생리대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되어 논란이 되자,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도 해당 제품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하였습니다.
아래 표는 정보공개센터가 현재까지 발표된 자료의 내용을 표로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