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에도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하는 고객이 통행할 수 있는 접근로는 없었다
이현우
집 근처 자주 이용하는 생협이 있다. 생협에도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하는 고객이 통행할 수 있는 접근로는 없었다. 통로 ⓐ는 계단이 있고 통로 ⓑ는 턱이 있다. 통로 ⓒ는 건물 뒤편 주차장으로부터 들어오는 입구다. 사진에서 파란색 화살표로 된 공간을 통과해야 한다. 유모차 정도는 통과할 수 있지만 휠체어가 통과하기엔 어림없는 폭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별별의 인간 군상을 만나게 된다. 프로 불편러, 별 일 아닌 일에 예민한 사람들, 누군가의 눈에는 진상, 남 일에 간섭하는 오지라퍼. 이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우리 동네에도 있다. 바로 나다. 나는 해당 업체의 본사에 이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조합원 OOO입니다. OO매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매장은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명일 매장은 장애인 통행이 불가하네요. 장애인도 장을 볼 수 있도록 출입통로를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OOO에 장애인이 통행할 수 없다면 과연 우리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꿀 수 있을까요? 문의 관련해서 피드백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새해 선물 귤은 정말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3일 후 답장이 왔다.
조합원님이 말씀해주신 대로 OO매장은 장애우, 유모차 등 통행이 어렵습니다. OO매장 출입구 아래에 기계실(공조실)이 위치하고 있어서 불가피하게 slop공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건물주와 협의해서 건물 주차장 방향에서 들어오면 유모차 크기 정도 들어올 수 있도록 개선공사는 진행했습니다.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OO 매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매장은 slop공사를 진행하여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합니다. 신규, 리뉴얼 매장은 slop공사 및 매장 내부 동선 폭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더 나은 매장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애우라는 표현도 사용해서는 안된다. 장애인이라고 표현해야 옳다.)
생각해보니 휠체어를 이용하는 시민이 매장 안으로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장을 볼 수 없었다. 매대 간 통로를 휠체어로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매장은 온라인 주문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배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원하는 때에 언제든지 장을 볼 수 있도록 매장 환경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당사의 캐치프레이즈는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과연 우리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이미 사회 구석구석 비장애인이 살기 편한 형태로 촘촘히 짜여 있다. 시민 한 사람이 프로불편러가 되고 오지라퍼가 되면 조금 더 빨리 더불어 사는 세상에 진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해당 기사에서는 두 개의 예시를 들었지만 이 외에도 실제 우리 삶에 생략된 배려와 그로 인해 생략된 약자들이 많다. 내가 던진 메일은 하나의 기도였다.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생략되지 않는 세상을 소망하는 기도. 모두가 자유롭게 길을 거닐고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내가 너무 이상적인 사람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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