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수제요거트&치즈
김예나
"내가 만든 치즈가 제일 맛있대!"
30년 간 착유만 해 온 정윤목장이 유가공을 하게 된 것은 한흥순씨의 제안 때문이다. 3년 전 한씨는 당진낙농축협에서 진행한 유가공 교육에 참여했다. 처음 치즈 만드는 법을 배웠던 날에는 어렵고 힘들어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위에서 한 씨가 만든 치즈가 가장 맛있다는 이야기를 했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흥순씨는 "처음에는 치즈를 만들어서 여러 사람들과 나눠먹는 것으로 끝내려고 했다"며 "그러나 주변의 칭찬에 열심히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든지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건강을 위해 브라질산 유기농설탕을 사용해 단맛을 줄이고, 식용색소 대신 잼과 시럽, 청을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씨의 성을 딴 '한스 수제치즈&요거트'는 지난 2020년 3월 문을 열었다. 한흥순 씨는 "아들 부부가 큰맘 먹고 서울에서 와 일을 같이 하게 됐는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부딪쳐 엄마로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좌충우돌 목장지기의 하루
한편 아들 내외인 최태윤·이슬기 부부는 부모의 유가공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지난해 2월 고향을 찾았다. 중학교 졸업 후 천안과 서울에서 지내온 그가 20년 만에 고향에 온 것이다. 20대 중반에 입사한 첫 해운회사에서 10년 간 회계업무를 맡아왔던 최태윤씨는 "부모님이 유가공업을 하시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시기가 직장생활에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던 때였다"며 "부모님이 오랜시간 운영해 온 목장이었고 유가공 역시 새로운 산업이라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당진에 정착한 그는 오전 4시 30분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아내·아들과 당진 시내에 살고 있기 때문에 아침 착유가 시작되는 시간에 맞추려면 새벽잠을 이겨내야 한다. 새벽 길을 달려 대호지면 마중리에 위치한 목장에 도착하면 곧바로 아침 착유를 한다. 이후 어머니 한흥순씨가 만든 요거트와 치즈가 입점된 매장에 들려 물건을 들여놓는다. 그리곤 오후 5시가 되면 다시 목장을 찾아 저녁 착유를 시작한다.
그동안 부모님을 따라 목장 일을 돕긴 했지만, 도시의 직장생활과 상반되는 목장 일을 업으로 하면서 좌충우돌했을 때도 있었다. 지난해 가을에는 우유를 통에 잘못 넣어 1톤 가량의 우유를 몽땅 버리기도 했단다.
한편 최태윤씨는 코로나19로 요즘 생각이 많다. 코로나19로 정체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 목장을 운영하며 유가공사업을 이어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그는 "부모님이 최선을 다해 30여 년간 이끌어 온 목장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목장에서 생산한 1등급 원유로 만든 건강하고 맛 좋은 치즈와 요거트를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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