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법이 본회의에 통과된 후 고 김영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자, 시민들이 장기간 단식농성으로 지친 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며 이불을 덮어주고 있다.
유성호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면서 33일간의 농성이 종료되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아래 중대재해법) 제정운동본부 이상진 집행위원장이 29일간 진행한 단식투쟁도 같은 날 끝이 났다. 단식농성은 종료되었지만, 죽음을 막기 위한 제대로 된 법을 만드는 활동은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작업장에서 사고가 났다', '노동자가 죽었다'는 기사가 없는 날이 없다. 업무지시를 따라 일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조각난 고 김용균이 있고, 파쇄기가 집어삼킨 고 김재순도 있다. 연락도 불가능한 빗물펌프장에서 수장된 하청노동자가 있고, 메탄올에 눈을 빼앗긴 파견노동자들도 있으며, 직장괴롭힘에 죽음을 택해야 했던 고 김동준, 건설현장에서 추락사를 당한 고 김태규도 있다.
그리고 일하다 아프고 병들고 다쳐 죽어도 그냥 지워져 버리는 노동자들이 있다.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익스프레스 사고, 용인 물류창고 화재는 비용을 줄이려 하청도급을 위주로 작업하고 안전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했고, 화재는 노동자들의 삶도 태워버렸다. 연이어 발생할 정도로 같은 산재가 반복되고 있다.
원청-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작업구조에서 일하던 화물노동자가 발전소에서 추락해서, 떨어진 물체에 깔려서 사망한 사고도 연이어 발생했다.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기업에 의한 죽임을 당한 이들을 얘기하자면 매일 7명을 이야기해야 한다.
창사 이래 한 달에 한 명씩은 죽는다는 현대중공업은 여전히 아무 일 없다는 듯 일하고 있다. 크레인 사고로 하청노동자 31명이 죽고 다쳤지만, 삼성중공업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목숨을 빼앗기는 것은 노동자들, 그중에서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그 일을 진행하는 데 실질적 영향을 가진 원청기업은 왜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가.
시민재해라고 다르지 않다.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진실규명이 안 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1만여 명이 죽거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지만, 12일 진행된 1심 재판에서 관련 기업 대표와 임직원들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7년 22명이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에도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은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인하대 학생들은 춘천으로 봉사활동을 갔다가 산사태로 매몰되는 참사를 당했다. 행정관청이 산사태 위험지역에 민박집 허가를 내주면서 발생한 참사였다.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도 마찬가지였다. 싼 자재로 휘감은 지하철은 불쏘시개 역할을 했고, 192명이 사망했지만 대구지하철공사는 벌금 1천만 원으로 책임을 면했다. 사회적 참사에는 책임공무원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있거나 부정한 청탁과 뇌물이 오간 경우가 종종 있다.
가장 많은 죽음에 적용되지 않는 중대재해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