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크와 함께해발 고도가 높아지면서 일행의 절반은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대오
버스가 쑹판고성(宋板古城)을 지나자 당 태종의 후궁이던 문성공주가 토번, 지금의 티베트로 시집가서 한족의 문명을 전해주었다는 가이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차창 밖 거대한 광고판은 이에 맞장구라도 치듯이 "티베트족, 강족, 회족, 한족은 한 가족이다(藏羌回漢一家親)"고 적혀 있다. 저런 거창한 구호가 필요 없어져야 정말 친한 가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창밖으로 또 대장정(1934.10~1935.10)을 기념하는 깃발과 탑이 지난다. 국민당군의 총공세에 오지와 첩첩산중으로 숨을 수밖에 없었던 홍군 제1방면군이 제4방면군과 합류를 시도하다가 저지당하며 많은 희생을 치렀던 곳이다.
버스는 식당으로 향한다. 점심을 먹고 최근에 개통했다는 8km에 달하는 긴 터널을 통과하자 드디어 황룽풍경구에 이른다. 100위안(1만7000원 정도)에 구입한 액체 산소를 들고 등반을 시작하려는데 일행의 절반 정도는 벌써 고산병 증세가 심해 산행을 포기하고 근처 찻집으로 향한다.
조금만 걸어도 금방 숨이 가빠 온다. 고목이 우거진 산길을 오르자 5588m 설보산의 눈이 녹아 계곡의 석회지형과 만나면서 길이 3.6km, 폭 30~70m 계곡에 3700여 개의 용의 비늘 같은 비취빛 연못을 이루고 있는, 터키의 파묵칼레와 쌍벽을 이루는 세계 최대의 카르스트 연못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진에서 봤던 모습이 아닌 모두 눈과 얼음에 덮인 설경이다. 아쉽지만 이 또한 황룽의 소중한 일면이리라. 얼어 있는 얼음에서 푸른빛이 나는 것으로 원래의 물빛을 짐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