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맞선 '모범 넷제로도시'를 만들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박정현 대전 대덕구청장
대덕구
'탄소인지예산제', '넷제로 10만양병설'... 생소한 용어를 행정정책으로 구현하려고 하는 기초단체장이 있다. 환경운동가 출신 박정현 대전 대덕구청장(더불어민주당)이 그 주인공이다.
탄소인지예산제는 정책예산을 세우기 전 그 정책이 탄소중립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를 먼저 따져보고 반영하는 정책이다. 또한 '넷제로 10만양병설'은 대덕구민 10만 명을 누구나 '탄소중립(넷제로)'에 대해서 5~10분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다.
실현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어렵고 힘들어도 지구를 위해, 미래를 위해 박 구청장이 반드시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추진하는 정책들이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8일 오후 대덕구 '미호동 넷제로도서관'에서 박 구청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양흥모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함께 참여해 질문을 하고 의견을 나눴다.
인터뷰가 진행된 미호동 넷제로도서관은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경비초소로 사용되던 공간이다. 청남대가 개방되면서 미호동 마을쉼터가 됐다가 1층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과 2층 '미호동 넷제로 도서관'으로 탈바꿈했다. 대덕구와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미호동복지위원회가 함께 만들어낸 기후위기 대응 혁신 플랫폼이다.
이날 박 구청장은 2021년 대덕구정의 핵심이 '그린뉴딜'이라고 했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었던 지난해를 보내고 맞는 올해는, 새로운 100년을 맞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사회로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해가 될 것이고, 그 고민의 핵심이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대덕구는 올해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해 실천하고, 탄소인지예산제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또 'RE100포럼(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국제 캠페인)'을 만들어 기업들과 함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고민할 예정이다.
또한 혁신도시로 지정된 연축지구를 '친환경 에너지자립 스마트 혁신도시'로 조성하고, 새롭게 조성되는 금영산업단지를 '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업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구를 살리는 작은 실천도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이메일 지우기, 채식하는 날 운영, 나무 칫솔 사용하기, 쓰레기 배출 부서 실명제, 일회용 용기 들고 청사 출입금지 등 구청장과 공무원 모두가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솔선수범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태블릿 회의를 시작했다. 불필요한 종이 한 장이라도 줄이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대덕구는 지난해 '2020한국정책학회 정책대상', '대한민국 자치발전대상', '대한민국헌정대상' 등 온갖 상을 휩쓸었다. 이에 대한 소감을 묻자 박 구청장은 "대덕구는 안하는 일은 있어도 못하는 일은 없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끝으로 박 구청장은 올해 대덕구가 선정한 '마고소양(麻姑搔痒, 전설에 나오는 마고할미가 긴 손톱으로 가려운 데를 긁는다는 뜻으로, 일이 뜻대로 잘됨을 이르는 말)'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코로나19로 지친 구민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서 해결하는 행정을 하겠다고 새해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박 구청장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탄소인지예산제 도입"
- 2021년 새해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올해 대덕구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크게 다섯 가지로 말씀 드릴 수 있다. ▲ 기후변화에 대응한 '그린뉴딜' 본격 추진 ▲ 지역경제 활성화와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 ▲ 인구구조(가구)변화에 대응한 행정 혁신 ▲ 민관협력을 강화해 연대와 협력의 거버넌스 구축 ▲ 정책의 모든 과정에서 '주민행복'을 기준으로 한 결정과 실행이 그것이다."
- 그린뉴딜, 탄소중립, 넷제로 등 용어가 다소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사전적으로만 보면 탄소중립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 만큼 이산화탄소 흡수하는 나무를 심거나 청정에너지를 사용해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뜻이고, 넷제로(Net Zero)는 영어식 표현이다.
"그렇다. 탄소중립이나 넷제로 이러한 용어는 사실 저도 어렵다. 이게 행정용어도 아니고, 어찌 보면 학술용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체할 적절한 용어가 없는 상황에서 여기저기에서 계속 나오다보니 그렇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주민들께서 이 용어를 가지고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저희는 지난해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부제로 '빙하만들기'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렇게 하면 훨씬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주민들과 더 많은 논의를 통해서 대덕구의 '넷제로'는 어떤 이름으로 할 것인가를 더 고민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