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한 8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고 배춘희 할머니를 비롯해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 한국 쪽의 일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이번 판결로 한일관계가 파탄날 것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파탄이 뭐냐는 데 대해 그들이 추상적으로 얘기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파탄이라고 한다면 단교 혹은 그에 가까운 수준으로 보복조치를 한다는 것 아닌가. 스가 정권의 성격상도 그렇지 않겠지만 실제적으로도 그리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이번 판결 결과 배상에 응하지 않으면 일본 정부의 자산을 동결해서 매각하는 절차에 들어갈 수 있긴 하지만 일본 정부의 자산중 대표적인 것은 대사관이나 영사관 건물 아닌가. 이것이야 말로 주권 침해가 되기 때문에 매각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매각할 수 있는 일본 정부의 자산이 뭘까. 아마 없을 거다."
- 일본에 실질적인 피해를 줄 가능성이 없으니까 파탄까지 갈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이번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모테기 일본 외상과 통화해서 '과도한 반응을 자제하라'고 주문했지 않나. 한국 외교부의 입장은 앞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아마 강제징용 문제와 비슷한 움직임으로 갈 것이다. 물론 강제징용 문제는 상대가 국가가 아니고 기업인데, 이번에는 상대가 정확하게 일본 정부라는 면에서 차별성이 있다. 그래서 더 심각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런 만큼 한국 정부도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본다. 사법적 판단에 개입할 수 없다는 명분은 그대로 지키겠지만 이번에도 한국 정부가 간접적으로 많이 완화정책을 쓸 것으로 생각된다."
- 완화정책이라면 가령 정치적으로 풀 것이라는 얘기 말인가.
"좀 지켜봐야 알겠지만, 한국 정부가 2015년 위안부 합의 부분을 어느 정도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에 나온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보면 위안부 합의가 불법이 아닌 공식적으로 맺어진 것이라고 돼있다. 그 합의도 금전적으로는 10억엔(약 100억 원)을 받은 것으로 피해자 1인당 1억원씩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돈의 성격이 그냥 위로금이고 일본 정부는 법적인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이번 판결엔 위안부문제는 법적으로 전쟁범죄라고 규정했다. 반인도적인 범죄라서 시효나 개인청구권 소멸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 의견은 이번 판결과 2015년 위안부합의를 종합적으로 놓고 판단하면, 우리 정부가 일본정부에게 돈을 추가로 낼 필요는 없고 법적 책임만 인정하라고 할 수도 있다. 피해자 할머니들도 그에는 찬성할 것이다. 그분들도 지금까지 줄곧 법적 책임을 인정하라고 일본 측에 요구해왔다."
- 돈은 이미 받아놨으니 일본 정부는 법적 책임만 인정하면 된다?
"그렇다. 물론 법적으로 그게 가능할까 하는 부분이 남아있긴 하다. 법원의 판결하고 위안부합의를 연결시킬 수 있는지 말이다. 그러나 일본이 동의한다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한 적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핵심인데, 그래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런 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평행선이 계속되더라도 파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금전적 손해가 없으니까. 금전적 손해가 더 큰 화를 일으키는 부분이다. 법적 책임은 인정하되 돈은 필요없다고 한다면 한국 정부의 국제적인 호소력이 더 커진다. 역사적으로 이런 부분에 법적 책임을 인정한 적은 없다는 식으로 반론하더라도 실질적인 손해를 주지 않고 법적 책임만 호소한다면 오히려 한국이 국제사회에 많은 컨센서스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교수님은 이전에 설사 한국쪽이 압류자산을 현금화하더라도 일본은 경제사정이 나빠서 강하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 생각인가.
"그렇다. 설사 일본의 경제사정이 나쁘지 않다 하더라도, 스가 정권은 일단 극우 정권이 아니므로 아베 정권과는 다르다. 스가 정권은 역사문제는 그에 국한시켜 해결하고, 경제 등 나머지는 살리는 투트랙으로 갈 것이다. 역사 문제 하나로 한국을 완전히 악당으로 만들어 지지율도 올리는 작전을 구사했던 아베 정권과는 다르게 스가 정권은 좀 더 이성적인 마인드로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스가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변수는 한국 때리기로 지지율을 올리려 하는 극우 정권의 흉내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다. 약간의 변수다. 지금 스가 정권은 여유가 없다."
- 일본 측이 국제사법재판소에 가는 걸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한국이 동의 안 하면 못하는 것 아닌가. 일본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한국이 동의할 리 없다. 과거의 사례에서 ICJ에서 주권면제가 인정됐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한국 입장에서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왜냐면 ICJ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할 때만 가는 건데, 한국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보지 않나. ICJ에 관한 뉴스는 일본 국내용 기사라고 할 수 있다. 일본 국민들에게 이런 방법도 있고, 역시 일본의 주장이 옳다는 식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견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위안부합의 파기 안해... 일본이 협의 외면해온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