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소를 키우는 박관순(왼쪽)·이근숙 부부. 서로가 있어 든든하다.
<무한정보신문> 김수로
예로부터 풍요의 상징이자 농사일을 도우며 일생을 함께하는 식구와 다름없던 소.
열달 동안 새끼를 품어 쌍둥이를 낳으면 길조로 여겨 마을사람들을 불러모아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새해 첫날, 예산군 대술면 한우농가 박관순(54)씨 가족은 '겹경사'를 맞았다. 반짝이는 눈망울을 가진 어여쁜 쌍둥이 송아지가 태어난 것. 열두갑자를 돌아온 소띠해 아침이 밝은 것을 용케도 알았나보다.
6일 만난 박씨 가족은 행여 찬바람이 들세라 축사벽에 보온용 비닐을 꼼꼼히 붙이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날씨지만 이들 주변엔 활기가 넘쳤다.
보온등 아래 서로 몸을 기댄 송아지 두 마리, 갈색조끼를 입고 목도리까지 둘렀다. 출산과정이 순탄치 않았을 법한데 다행히 순산했단다.
"이 어미가 지난해 봄에도 쌍둥이를 낳았슈. 어떻게 그렇게됐나 몰러. 기특하지. 내년에도 기대가 생기네유."
15년여 동안 소를 키운 박씨에게도 쌍둥이가 나온 적은 몇 차례 있었지만, 같은 소가 2년 연속 출산한 것은 처음이다.
"어미소가 잘 키워요. 첫쌍둥이 낳았을 때부터 그랬어요. 송아지가 작아도 약아서 젖을 잘 찾아먹어요."
부인 이근숙(50)씨의 설명이다. 금방 젖을 빤 송아지의 콧잔등이 촉촉하다.
박씨는 "옛날엔 소가 쟁기질하고 논갈이하는 농수(農獸)라고, 몇 마리 안 돼 귀했지. 가족이고 큰 재산이었쥬"라며 애정 어린 눈으로 소들을 바라본다. 윤기나는 소잔등과 축사 안에 흐르는 음악 소리, 깨끗하게 관리한 바닥이 박씨 가족의 정성을 짐작케한다.
흐뭇한 미소를 띤 이들 부부에게 새해 소망을 물었다.
"가족들이 건강한 게 제일이죠. 올해가 신축년이니까 우리 농장 소들뿐만 아니라 다른 소들도 건강히 자라고, 코로나19가 얼른 진정됐으면 좋겠어요"
가업을 잇기 위해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한 둘째 아들 박은성(21)씨는 올해 현장실습이 예정돼있다며 "무사히 잘 마치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더한다.
힘찬 소띠해를 맞아 무럭무럭 자랄 쌍둥이송아지, 길한 기운으로 집집마다 복과 사랑을 전하길 바라본다.
'엄마 등이 제일 따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