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이희훈
- 중대재해법이 8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이 제정된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 어려울 정도다. 실효성이 없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추진한 노동자나 활동가들은, 이 법이 없다는 가정 하에서 (이전과) 똑같은 각오로 노동자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운동을 변함없이 해야 할 거다."
-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을 제외(5인 미만 사업장, 전체 사업장 중 79.8%)하거나 유예(50인 미만 사업장, 전체 사업장 중 98.8%)했다.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전체 비용을 줄일 기회를 상실한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노동자들을 위한 법으로만 생각하는데, 사회 전체에 유익한 선택이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노동자의) 안전 보건에 투자하도록 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산재 통계는) 제조업, 건설업뿐 아니라 사무직, 서비스직 등 모든 직종을 망라한다. 전체 직장인에게 적용되는 문제였다."
- 5인 미만 사업장 제외의 경우, 정부·여당은 중식당·철물점 등을 예로 들면서 사업장 대부분이 소상공인이라 가중 처벌될 경우 국민 법 감정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소상공인들에게 부담될 수 있다. 그럼 (정부가) 그 부담을 질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는 거다. 적용을 제외하거나 유예할 것이 아니라. 세금을 쓸 곳에 써야 한다. (제외나 유예는)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정부가) 시행해온 방식이다. 결과는 어땠나. 실효성이 없었다. '감당할 수 없으니 빼자'가 아니라 감당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시켜 줘야 한다.
'이 법 적용되면 망한다'는 기업은 솔직히 망해야 한다. 한계 기업들이 계속 유지된다고 국가 경제에 유익하지 않다. 사실 그게 시장경제의 철저한 원칙이기도 하다."
- 법 적용 배제는 기업을 위한 배려가 될 수 없다는 건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관련 법 논의 과정에서 어떤 건설업체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며 수백 개 사업장에서 발생한 책임이 모두 자신에게 오면 어떡하느냐는 취지로 말했는데, 그런 대표는 사퇴해야 맞다.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경영자가 운영해야 맞다."
- 5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이 3년 유예됐다.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인데.
"3년이 지나도 똑같은 상황이 된다. 법정 근로시간 주 40시간제를 도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업이나 경제 언론들은 유예 기간이 지나도 똑같은 소리를 했다. 3년 뒤에 시작하나 지금 하나 상황은 똑같다는 소리다. 3년 동안 (기업들은 안전) 강화 조치를 하지 않을 거다. 일단 시행하고 감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처벌 조항'도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구조로 이뤄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 적용 대상) 기업들은 전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만들거나, 모든 하청 업체를 5인 미만으로 돌릴 거다. 설마 그럴까 싶지만, '설마' 하는 것들을 대부분 기업들이 (그간) 해왔다.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렇게 할까' 싶은 것도 다 했다. 지나친 우려는 아니다."
- 기업 입장에선 경각심을 갖기 어려운 법안이라는 지적인데.
"특히 우리나라에서 몇 조원씩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들은 전혀 긴장하지 않을 거다. 처벌 액수가 기업 규모에 비춰 결코 부담이 되지 않는다. 전형적인 시장경제 사회인 미국도 징벌적 배상제도가 많이 발달했다. 실제 기업의 규모에 비례해 손해 배상 정도를 산정하고 부과한다. 시장 경제에 저항하는 제도가 결코 아닌 거다."
"중대재해법, 대기업은 전혀 긴장 안할 법... 법으로 차별 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