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막내 동생살아 생전 엄마 모습 막내 동생과 즐거운 한때
이숙자
우리 친정집은 아들 셋, 딸이 넷 모두 칠 형제이다. 아버지는 돌아가신 지 37년이 되었고 엄마는 96세로 지난해 코로나가 발발하기 전 지난해 양력 12월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실 때에는 섭섭하고 안타까워 애석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코로나가 발발하기전 돌아가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가슴을 쓸어내리며 우리 형제들은 말을 한다.
엄마가 돌아가실 때는 코로나가 이처럼 무섭게 확산되고 오래 갈 줄 몰랐다. 엄마 돌아가시던 때는 아무 일 없이 가까운 친척들과 자녀들, 지인들도 만나고 성당에서 장례미사를 하며 신부님 축북기도까지 받으며 영면 할 수 있었다. 본인은 물론 자녀들도 감사하고 후회없이 보내드렸다.
엄마 돌아가신 지 일년이 되었지만 코로나19는 더 무섭게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우리 생활은 제약이 많아졌다. 이런 때, 엄마 제사라고 다 함께 모일 수가 없다. 아들 셋은 전주에 살고 있고 딸들둘은 인천에서 살며 두 사람은 군산에서 살고 있다. 그러니 다 모일 수가 없는 것이다. 요즘은 가족간에도 전파자가 많이 나오고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나는 우리집 맏이다. 동생들과 서로 의논 끝에 멀리 있는 딸들은 내년으로 참석을 미루고 전주에 살고 있는 아들 세 명과 며느리 한 사람만 모이자고 했다. 그러면 네 명이 된다. 다섯 사람 이상 모이지 말라는 방역당국의 수칙을 지키기로 약속을 하고 조촐하게 제사를 모시라고 당부를 했다. 섭섭한 일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우리 칠 형제는 남달리 우애가 깊다. 그것은 부모님이 남겨준 유산이 없어 서로 불목 할 일이 없어서 그런 연유도 있다. 어려운 시기를 같이 견뎌낸 끈끈한 정이 있어 만나면 격려와 응원을 하며 엣날 살아온 추억도 공유를 하며 즐겁다.
살면서 위로가 되는 고마운 형제들이다. 무엇이던 하나라도 더 챙기려는 따뜻함이 사는 맛을 느끼게 하는 정이 있어 고맙다. 나는 동생들이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흐믓하고 고맙다.
서로가 연대의식을 가지고 땨뜻하게 살았던 세상이 그립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걸 두려워 해야 하고 사는 게 아주 삭막하고 사람과의 정도 나누지를 못한다. 나 하나의 안위를 지키고 살아야 하는 무서운 세상이 아닌지 모르겠다.
사람이 자꾸 고립무원의 세상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제는 친족이라는 개념도 무너지고 있다. 내 가족, 거기다 조금 나아가면 형제들끼리 만남도 줄어들고 삶이 더욱 삭막하고 사는 맛이 없어지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우리의 삶은 어디로 흘러 가는 걸까? 갑자기 바꾸어진 삶의 질서에 나이 든 세대인 나는 두렵다. 사람으로서의 도리와 인간 삶의 최소한의 도리를 우리는 끓고 살아가야 하는지, 이 어려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나는 답답하다. 엄마 제사에는 가지 못하지만 하늘에 계시는 엄마도 이 상황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어 보련다.
엄마! 코로나가 없는 세상에는 엄마 제사에 가서 정성스러운 음식과 어머니를 추억하고 형제들과 정을 나누며 따뜻한 제사를 모시겠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어머니 우리를 이해해 주시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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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모임 5인 이상 금지, 엄마 첫 제사를 못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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