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본회의장 밖 복도에서 의회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상ㆍ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6시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AP=연합뉴스
문제는 이런 유언비어를 믿는 사람들이 대부분 보통 시민이라는 데 있다. 유언비어에 쉽게 넘어가는 기독교 신도들도 많다. 지구멸망에 대한 예언, 휴거를 믿었던 사람들과 같다고 보면 된다. 그들은 'Deep State'가 선거를 조작했으며, 이 때문에 트럼프가 패배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내에서도 이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는 너무도 놀라운 동시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국의 지성을 자처하는 모 유튜버는, 아예 이런 유언비어를 퍼 나르는 전사로 나서기도 했다.
공화당 일부와 트럼프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선거를 주장해왔던 실질적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다음 선거전략의 하나라는 것이다. 역대 선거에서 흑인, 히스패닉계, 동양계 다수는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공화당은 이들의 투표율을 가능하면 낮추는 전략을 그동안 구사해 왔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 치러진 지난 대선은 우편투표를 실시함으로써 민주당 지지 성향을 가진 소수계의 투표율이 높아졌고, 이를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본 것이다. 선거 실시 전에 이미 공화당과 트럼프는 우편투표를 반대하고, 민주당의 부정선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배수진을 쳤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이 선거 결과에 대해 승복하지 않는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음 선거판을 유리하게 만드는 선거법 개정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나중에 가서도 "봐라, 우편투표는 말썽의 소지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그러니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민자들의 경우 시민권 원본을 투표 당일에 소지해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는 투표 자체를 어렵게 만들려는 꼼수요, 인종주의자들이 많다고 알려진 공화당 내부의 당리당략적 발상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한편, 이번 트럼프와 일부 공화당 리더들이 벌인 대선 불복 사태는 자칫 공화당의 몰락까지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견해들이 있다. 이 또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이는 공화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 정치권 전체의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몰락은 또한 민주당에도 큰 상처가 된다. 새가 한쪽 날개를 잃으면 다른 한쪽에게 즉시 피해가 오는 이치와 같다.
하지만 40여 년 의회 경험을 가진 프로 정치인 바이든 대통령의 노회한 정치력에 나는 기대를 건다. 조지아주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고 상원 장악이 확실하자, 즉각 법무장관에 메릭 갈랜드(Merrick Garland)를 지명한 바이든의 선택 자체가 놀랍다.
공화, 민주 양당이 모두 지지하고 있는 중도 성향 갈랜드(Garland)를 임명함으로써 트럼프 정권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던 조직을 초당적으로 이끌어 가도록 한 것이다. 상원을 장악했지만, 모든 것을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바이든의 화합 리더십이 드러난다. 또한 트럼프 정권이 저지른 비리는 물론 의회 난입 사건 조차도 정치적 보복이 아닌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라 할 수 있다. 바이든의 리더십이 기대되는 이유다.
암울한 미국 민주주의? 난 다르게 생각한다
혹자는 대선 불복, 워싱턴 의회 난입 사건을 두고 미국의 민주주의에 '망조'가 들었다고 개탄한다. 하지만 난 반대로 생각한다.
대선 후 혼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법의 원칙과 법관의 양심을 바탕으로 판단한 법조계가 살아있고, 의회 난입 사건을 접한 정치인들의 초당적 애국심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상원의원들의 양심적 판단과 소신은 훌륭했다. 당파를 초월했다.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했던 13명의 공화당 상원의원들 가운데 7명이 즉시 이탈하여, 바이든 당선 선거 결과 인정에 합류했다. 물론 개인적인 유불리를 저울질했겠지만, 90% 이상 상원의 다수가 상식에 따른 합리적 판단을 하는 정치인들이라 것, 이게 내가 지극히 안도감을 느끼는 이유다.
현재 2주도 남지 않은 임기인 대통령 트럼프를 두고, 정치권은 즉시 대통령직을 박탈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도 잘 넘어갈 것이다. 자승자박,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게 되어 있다. 언제까지 'QAnon'과 같은 악당들과 손을 잡고, 정치권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지 아직은 예단할 수 없지만, 트럼프의 영향력과 존재는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물론, 트럼프주의 현상은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인종주의에 그 뿌리를 깊이 두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바이든 정권은 전 정권인 트럼프 정부가 남긴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적극 지지층을 어떻게 다루는가가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인종주의자들과 'QAnon'은 강력하게, 백인 블루칼라층과 종교인들은 온건하게 문제점을 풀어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 대선을 전후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미국 민주주의의 실상과 이를 극복해가는 저들의 모습은, 또한 대한민국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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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 불리는 트럼프 지지자들, 큐어넌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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