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법이 본회의에 통과된 후 고 김영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자, 시민들이 장기간 단식농성으로 지친 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며 이불을 덮어주고 있다.
유성호
▲ 고 김영균 어머니 김미숙 “중대재해처벌법, 사람 살리는 법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 유성호
8일 저녁 국회 정문 단식농성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지난 2019년 4월 경기도 수원시 고색동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고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도 함께 섰다.
김씨는 "너무 아쉽다"면서 "벌금 하한선이 삭제되고, 일터 괴롭힘과 발주처 처벌도 빠지고, 인과관계 추정도 빠졌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은 제외되고 유예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죽음마저 차별하는 법이 돼 과연 죽음을 막을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일한 지 사흘째 되던 날 사망한 태규씨는 일용직이라는 이유로 안전화와 안전모, 안전벨트를 지급받지 못했다. 대신 자신의 오래된 운동화를 신고 현장에서 굴러다니는 헬멧을 쓴 채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채 일하다 변을 당했다. 지난 6월에 이뤄진 1심에서 해당 건설사는 700만 원 벌금형을 받았다. 하청업체 현장 소장과 차장에게만 각각 징역 1년과 10월이 선고됐다.
지난 5월에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생활폐기물 처리업체에서 근무하다 파쇄기 점검 중 기계에 빨려 들어가 사망한 고 김재순씨의 아버지 김선양씨도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된 것에 대해 비통하고 개탄스럽다"면서 "산업재해 피해 유가족들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럴 것이 재순씨가 사망한 사업장은 10인 미만 소규모 영세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최근 6년 동안 한번도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다. 6년 전인 2014년 재순씨와 마찬가지로 파쇄기에 끼어 60대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이후에도 비용절감을 이유로 안전설비는 갖춰지지 않았다. 당시 사업주가 받은 처벌은 벌금 800만원이 전부였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서 지난 열흘 동안 함께 단식농성을 진행한 양경수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도 자리했다.
양 위원장은 "산업재해 피해 유가족의 단식이 이 투쟁을 끌고 왔다"면서 "전국 곳곳에서 동조단식과 다양한 투쟁으로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 해 오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양 위원장은 "민주당의 기만적 행태로 제정된 법안에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됐다"면서 "이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죽는다면 그것은 온전히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다. 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9월에 발표한 2020년 1월부터 9월 말까지의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해당기간 동안 산재 사망자는 1571명으로 조사됐다. 그 가운데 23.9%인 375명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했다. 61.5%인 966명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였다. 앞서 2019년에는 2020명, 2018년에는 2142명, 2017년에는 1957명이 정부 통계상 산업재해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