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는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 모습. 오른쪽이 이란 혁명수비대가 타고 온 고속정이다. 사진은 나포 당시 CCTV 모습. 2021.1.5
연합뉴스
새해 벽두부터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유조선이 나포되는 사건이 벌어져 국민들의 시선이 다시금 중동, 특히 사건을 일으킨 이란에 쏠리고 있다.
배에는 한국 선원 5명을 비롯한 다국적 선원 20명이 타고 있어 가족들은 더 애가 타고 있다. 외교부의 실무대응팀이 7일 새벽 현지로 급파됐고, 주말에는 최종건 차관이 직접 이란을 방문할 계획이다.
비록 미국과는 적대적이지만 한국과 특별한 갈등관계가 없는 우호국이었던 이란은, 왜 한국 선박을 나포했을까. 미국의 금융제재로 인해 한국의 은행에 동결돼 있는 원유수출대금 '70억 달러'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설, 바이든 새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미국의 동맹국을 건드려 기선을 제압하려 한다는 설, 올해 예정된 대선을 앞둔 정치적 주도권 쟁탈전이라는 설 등 다양한 '설'이 제기되고 있다(관련 기사:
'우호관계' 이란은 왜 한국 유조선을 나포했을까).
중동문제 전문가인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한국중동학회 회장)에게 이란이 한국에 대해 이같이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와 바람직한 대처 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란 측, 한국에 계속 경고 메시지 보냈지만..."
- 새해에 들어서자마자 중동에서 예기치 못한 소식이 들어왔다.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좀 황당한 사건이다. 사람들은 금방 해결될 것이라고 섣부른 많이 판단하는데, 이번 사건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이란 관계, 미국과 이란 관계, 이란 내부의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 이란은 한국 배가 바다를 오염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믿을 수 있나.
"이건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인 건데, 표면적 명분은 그렇지만, 나포 장면을 헬리콥터로 촬영해서 이란 국영TV로 방송했다는 것은 기획된 나포작전이라고 보는게 타당하다."
- 이란의 '국내용'이란 말인가.
"그렇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이런 식으로 전가시킨 것이다. 정부가 의약품과 코로나 백신 구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극단적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대선 때 표를 얻어야 하는데, 경제난이 심각한 데다가 코로나19로 6만 명 이상이 사망한 데 대한 국민들의 고통을 무마하고 백신이나 의약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 국내 불만을 해소하려 한국의 배를 나포했다?
"그렇다. 이란은 한국에 대해 계속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로하니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차례 친서도 보냈고, 문 대통령도 답변은 했지만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일부에선 이란 내부 강경파와 보수파의 주도권 싸움이 낳은 돌출행동이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코로나 위기와 경제난에 대처하기 위해서 이란 정치권이 조직적으로 감행한 사건이다.
이걸 압박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하는 것이다. 이란은 현재 한국의 은행에 원유대금 70억 달러와 자국은행이 한국은행에 지불준비금으로 예치한 20억 달러 등, 90억 달러 정도가 묶여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해왔고 이것이 해결되지 않아 이번 사태가 일어났다. 정부의 적극적 대처가 있어야 한다. 이란은 일본에도 원유대금 미수금이 있는데 한국만 당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일본도 한국처럼 이란에 줄 돈이 있나.
"대략 15억 달러 정도로 추산되지만, 이란이 달러로 결제하면 미국은행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물물교환이나 해당국의 환율교환식으로 한다. 일본은 (이란 측에) 총리도 가고 차관도 가면서 일종의 '립서비스'를 해왔다.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다."
- 이번 사건을 이란 국내 정치 세력다툼 희생양으로 보는 시각도 있던데.
"일부 국내 전문가들은 오는 6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보수파와 강경파가 주도권을 장악하려고 한다고 보고 있는데, 그건 아니다. 최정예인 혁명수비대가 나포했다는 걸 가지고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보다는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 1주기를 맞아 혁명수비대가 기획, 감행한 걸로 봐야 한다. 이걸 권력구도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는, 사건이 장기화된다는 건가.
"현재로서는 우리가 혼자 할 수 없는 사안, 즉 미국 협조가 필요한 사안 아닌가. 트럼프 재임중에는 어렵다. 오는 20일 바이든 출범해 제재가 풀리면 해결될 문제라고도 하지만, 자칫 (해결되기까진) 열흘, 두 달,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인데,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전향적 방안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이란이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줄 수 없는 한계도 있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우리가 얻을 것은 얻는, 장기적인 포석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고도의 외교력과 협상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조기 해결 위해선 고도의 외교력과 협상력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