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으로 찍은 눈꽃걷기를 하면서 녹지 않은 운동장 눈위에 발자국으로 눈꽃을 만들었다.
이숙자
운동장은 모래 땅이다. 눈이 없는 모래땅에는 발자국과 자동차 지나간 자국들, 여러 자국들이 엉켜있다. 나는 그 발자국을 보면서 그 길을 걸었을 사람들을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을 발자국을 남기며 살아가는 일이다. 그 발자국이 그 사람 삶의 흔적이다. 혼자 걷기를 하면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색의 늪은 걷는 일이나 마찬가지라서 생각주머니를 만들어낸다.
운동장 녹지 않는 눈을 조금씩 밟아 보았다. 처음에는 미끄러울까 조심스러웠는데 아니다. 모래 위에 눈은 퍼석퍼석하며 미끄럽지가 않다. 오! 요것 재미있네, 혼잣말을 하며 눈이 더 많은 곳으로 걷기를 하며 눈길을 걷는 느낌을 즐긴다. 퍼석퍼석 걷는 느낌이 좋다. 겨울이지만 눈이 자주 오지 않는다. 언제 또 눈길을 걸을지 모르는 일이다. 오늘이 지나면 오늘이 다시 오지 않듯이 나는 혼자서 눈을 즐기며 놀고 있다.
예전 어렸을 적 눈이 오면 눈 위에 누워 사진 찍기 놀이도 하고 눈 위에 발자국으로 꽃도 찍어 꽃놀이도 하였다. 눈 위에 신발 발자국으로 꼭꼭 눌러 꽃모양을 찍고 놀던 친구들을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혼자서 생각하면서 나는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눈이 소복이 모여 있는 곳을 골라 신발로 꾹꾹 눌러 눈꽃 찍기 놀이를 하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모습을 누가 보면 폭소하고 말 거다. 나이가 몇 살인데 이러고 논다는 말인가. 남이 알면 어이 없다고 말할 것만 같다. 다른 사람이 뭐라 한들 대수 인가, 나는 그저 옛날 추억 놀이가 즐겁다.
코로나를 겪으며, 멀리 있는 것만 그리워하면 안 된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즐길 것은 즐기며 살아내야 한다. 나는 실제 나이와 상관 없이 동심의 세계에서 나하고 논다. 코로나로 일 년을 살아내며 사람과 만나지 못해도 나 혼자 노는 일이 익숙해졌다. 걷기를 하면서 나에게 선물하듯 보내는 하루가 내게는 자족하는 삶이다. 하루하루 내가 좋아하는 놀이에 집중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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