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장충성당 예배를 드리고 있는 신도들북한에도 교회, 성당, 사찰이 있다. 신부님이 없어 미사 대신 공소예절을 올리고 있다.
로창현
"코로나19 없다면, 진짜 없을 것"
- 북한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경험을 하나 이야기해 본다면?
"평양시민들이 이용하는 고기 전문식당에 갔다. 소와 돼지, 닭과 양과 타조고기가 있는 곳이었다. 정말 수북하게 고기를 먹었는데, 가격이 외화 식당보다 저렴했다. 북강원도에 세포등판이라고 세계최대의 축산기지가 있다. 이곳서 2015년부터 고기가 공급되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북녘은 93%다. 우리는 25% 정도라고 알고 있다. 엄혹한 대북제재로 인해서 부분적으로 식량부족을 겪기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북의 식량 사정은 낫다."
- 책을 보면 북한에서 보았던 평양국제상품전람회도 꽤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솔직히 그 정도일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놀랐다. 참여 국가는 이란, 러시아, 시리아, 몽골 등 북한과 친한 나라 정도였고, 중국과 조선족 기업들도 상당했다. 나머지는 전부 북녘 기업들이었고, 99%의 관람객들은 북녘 땅 시민들이었다. 한 400여개 기업들 중엔 화장품, 건강제품들, 다이어트 약도 많았다. 비만증이 증가한다는 건 먹고사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거다. 행사장 밖에선 평화자동차에서 생산하는 승용차들, 전기자전거, 오토바이, 유람보트도 전시돼 있었다. 도로에는 입간판 광고도 있었다. 북한 내수도 상당히 있는 거다."
- 대북 제재 상황에서도 그렇다는 건가?
"벌써 수십 년이 된 일 아닌가. 자력갱생, 자력자강을 외쳐 온 이들은 현재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을 자급자족으로 해결하고 있는 거다. 중국산 역시 국산(북한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원가 경쟁력에서 중국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나라 아닌가. 지하자원도 풍부하고 기초와 응용과학 기술도 발전을 이뤘다. 위성로켓을 만들 수 있는 나라니까. 유엔안보리 제재가 해제되고 정상적인 무역거래만 된다면 북의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올해는 코로나19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겠다. 북한은 자국이 코로나19 청정국이라고 주장한다.
"제재가 준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막아도 버틸 수 있는 힘을 길렀다고나 할까? 북한의 감염병 예방에 대한 기준은 상상을 초월한다. 북은 외국 감염지역에 다녀오면 혈액검사를 하는 것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2014년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졌다. 아시아에서는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는데도 외국인 관광객을 전부 입국 금지했다. 외교나 사업상 일로 방문했을 경우에도 21일간 격리했다. 러시아를 방문했던 최룡해 노동당 비서와 아프리카를 다녀온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도 신의주서 3주 격리했다. 지난 7월 남한의 탈북자가 개성에 다시 들어갔을 때는 개성을 한 달간 봉쇄했다. 그 이후 무단월경자는 사살한다는 명령이 내려졌다. 우리나라 어업지도선 선원이 총격을 당하고 불태워진 불행한 사건도 그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월 24일 육해공 통로를 완전 봉쇄했고, 밀무역 통로조차 막았다. 북한이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정말 그럴 것이다."
"우리 삶은 비판적으로 검토될 때에만 살 가치가 있다"고 말한 건 소크라테스였다. 기존의 지식과 믿음이 흔들리고 깨지는 일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과 진실을 대면할 용기를 지녀야 한다. 우리는 그걸 통과함으로써만 우리는 성장하고,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에 닿을 수 있다. 오랫동안 닫히고 외면한 채 살아온 우리의 저편에 대해서, 그는 '프로메테우스처럼' 북에서 가져온 '사실이란 불'을 나누고 있다.
평양여자 서울남자 길을 묻다 - 통일기러기 남북 하늘을 잇다
로창현 (지은이),
정음서원, 2020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공유하기
방북 취재 간 재외동포 기자도 예상 못한 이 장면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