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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름. 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에 원서를 냈다. 운 좋게 합격이 되었다(5대 1의 경쟁률이었는데, 시민기자로 활동했던 이력이 합격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리라 굳게 믿고 있다).
가을학기 수강 신청을 했다. 시와 관련된 강의가 아니었다. 이왕 대학원까지 간 것, 대학 연극반 시절 꿈이었던 희곡을 써보자. 그런데, 당시에는 희곡과 관련된 강의가 없었다. 그나마 가장 비슷한 '소설창작 연습'이라는 과목을 신청했다. 지난 1년간 소설가를 꿈꾸며 살게 된 계기였다.
사실, 소설을 많이 읽기는 했지만, 직접 써본 적은 없다. 그런 점에서 일정부분 외압은 필요하다. 중간, 기말고사 대신에 단편소설을 써내야 했다. 꼬박꼬박 온라인 강의를 듣고, 틈나는 대로 스토리와 인물을 구상했다. 그리고 무작정 덤벼들었다. 중간고사로 제출한 단편을 가지고 오프라인 합평을 진행했는데, 그다지 신통치 않은 반응이었다. 소설마저 재능이 없다면 내 갈 곳은 어디인가? 독자로 만족하며 이번 생을 마감해야 하는가?
담당 교수님께 전화가 온 것은, 새로 쓴 단편을 기말고사로 제출하고 난 며칠 후였다. 소설을 너무 재미있게 읽으셨다며, 남아 있는 신춘문예에 응모해 보라는 것이었다. 12월도 한참 지난 터라 대부분은 마감한 상태였고, 지방의 몇 군데 신문사가 남아 있었다. 부랴부랴 퇴고해서 신문사 한 곳에 응모했다. 당연히 연락은 오지 않았다.
교수님의 전화로 용기가 솟았고, 신문사의 무응답으로 오기마저 생겼다. 그때부터 1년간 단편소설을 쓰는 작가 지망생의 삶을 살았다. 2020년에는 반드시 등단하리라. 한 달에 한 편을 목표로 썼다.
소설을 쓰는 직장인의 일상은 대강 이러하다. 퇴근하고 저녁을 먹으면 바로 잠자리에 든다. 새벽 한 시경에 일어나 키보드를 두드린다.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고치기의 반복이다. 날이 샐 무렵, 한두 시간 다시 눈을 붙인 뒤 출근한다. 매일 그럴 수는 없지만, 구상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는 일주일에서 열흘간은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1년간 열 편 정도의 단편소설을 썼다. 코로나 덕분에(?) 시간도 충분했다. 마침내 신춘문예의 계절이 돌아왔다. 다섯 편을 엄선해서 고치고 또 고쳤다. 그리고 서울부터 제주까지 다섯 군데의 신문사에 응모했다. 서울에 있는 신문사로 모두 보낼 수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지방이 경쟁률이 좀 약하지 않을까 싶어 꼼수를 부린 게다.
경쟁률과 소설의 질은 무관하다는 보편적 진리를 뒤늦게 깨달았다. 두 군데에서 동시에 당선되면 소감을 어떻게 적어야 할까, 라는 생각은 부질없는 기우였다. 단 한 곳에서도 당선 연락이 없었다.
중년에게 최고의 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