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함께 사진 촬영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과 박문진 지도위원
연정
"걷다가 죽을 수도 있는데 김 지도는 가장 약한 투쟁이라고"
"그냥 답답해서 나왔어요. 병원에 있는 것도 답답하고. 더군다나 청와대 앞에서 단식하고, 세월호 유가족들도 농성하시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유가족들이 단식한다는 게 참 말도 안 되는 얘기잖아요. 점점 더 문제들이 해결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심각해지고 누적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래서 제가 좀 걸을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특히, 한진중공업이 지금 또 매각 앞두고 다시 고용위기가 닥치지 않겠는가 하는 위기감들도 있고."
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매각과 관련해 고용문제에 관한 내용을 알리는 것도 이번 도보행진의 주요한 목적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한진중공업 매각 우선협상자로 동부건설과 한국토지신탁 등으로 구성된 동부건설컨소시엄이 확정되었다. 한진중공업지회와 부산지역 노동·시민단체는 동부건설컨소시엄을 부지 매각을 목적으로 하는 투기자본으로 규정하고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보행진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지만,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긴장감 어린 눈빛으로 암 재수술 치료를 중단하고 나온 김 지도위원의 상태를 매 순간 주시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에서 42년간 근무하고 2년 전에 정년퇴직한 차해도(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전 지회장)씨도 그중 한 명이다.
"저희는 말리고 싶었죠. 걸어가다가 죽을 수도 있는데... 간부들 와서 울고불고하고... 그런데 김 지도는 이게 가장 약한 투쟁이라고 보는 거죠. 이걸 못하게 하면 더 심한 투쟁을 본인 혼자서 결정할 수도 있다. 2003년도 (김주익 열사) 같은 선택을 하시면 안 되니까 노조 사람들이 고민을 했어요."
고민 끝에 도보행진은 여러 사람이 함께 할 수 있고, 중간에 이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보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했다.
차해도씨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에는 개인적인 이유보다 사회적인 이유가 더 많을 거라며 김 지도위원이 개인적으로 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언제 죽든지 후회 없다. 정말 이게 올바른 일이고 해야 될 일이라면 죽음 정도는 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비참하게 오래 사는 것보다 당당하게 살고 싶다. 오래오래 투병하다가 죽느니 차라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서 할 수 있는 거에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고... 이렇게 이야기하실 때 저도 울컥하더라고요. 그것도 맞겠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과 관련해 김 지도위원이 마땅히 받아야 할 해고 기간의 임금을 정부와 경총·전경련에서는 국민모금을 통한 위로금 선례를 만들고 싶어 한다고 했다. 차해도씨는 회사와 정부가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이러한 선례를 절대로 만들게 해서도 받아서도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차해도씨는 청와대 도착할 때까지 김진숙 지도위원과 함께할 예정이다. 현재는 김 지도위원이 부산에서 오가는 차량 운전을 하며 함께 걷고 있다. 김 지도위원은 대구 이후부터는 해당 지역에서 숙박하게 되는데, 목적지인 청와대에 도착할 때까지 김 지도위원의 건강을 관리하는 게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