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시장의 논리에만 맡겨서는 안 되며, 재테크라는 수단과 결과에 의지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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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한 한국 자취생의 기사는 그렇게 냄새가 나는 반지하, 또는 지하 방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지상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방에서 나는 소리가 들리고, 창문 건너편에 있는 집이나 방과 불편하게 마주보게 되며, 어딘가에서 고기를 굽거나 된장찌개를 끓이는 냄새가 풍겨오는 묘한 '방'에서 사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것도 그런 방에 살아본 사람은 잘 안다. 말만 들어도, "아, 그거 잘 알지요. 옆방에서 코 고는 소리까지 들리는 방!"
외부에서 오는 소리와 냄새는 우리가 조절하기 어렵다. '마음 수양'을 한다고 쉽게 참을 수 있거나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자다가도 두런두런 들리는 옆방의 말소리와 웃거나 우는 소리.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남녀가 싸우는 소리. 그릇을 달그락거리는 소리, 구두를 신고 똑똑 걷는 소리, 밤에 술 취해서 떠드는 사람 소리. 소리는 정말 다양하고 끝도 없다.
이상한 것은 소리가 냄새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그런 소리에 대한 평소의 경험으로 인해 그 소리를 내는 사람의 동작이나 상황을 저절로 연상하게 되고, 거기서 풍기는 냄새까지 기억하는 것 같다. 그 과학적 근거는 잘 모르지만, 우리 코 안에 그렇게 특정 상황과 냄새를 연결해서 기억하는 세포가 있는 것 같다. 과거의 경험에서 느꼈던 냄새를 기억하는 세포가 있어서 과거의 사건과 연관되는 상황이 되면 돌연히 그 냄새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하여간 다시 사람이 사는 방으로 눈을 돌리고 기사를 읽어보자. 개인적으론, 이 기사 내용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무리 그 취지가 옳다고 해도 모두 기본 소득과 기본 주택을 누릴 수 있거나, 누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거기에는 분명히 수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기사의 기자가 강조하듯이, 우리가 모두 하루 중 잠시라도 햇빛이 들고, 조금이라도 남의 소리가 작게 들릴 수 있는 주거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누구든지 그렇게 살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을 갖는 것이 우리가 누려야 할 기본적 행복권에 포함되는 것인지 잘 모르지만, 국가는 적극적으로 그런 혜택이 국민 모두에게 최대한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듯하다. 그런 것을 시장의 논리에만 맡겨서는 안 되며, 재테크라는 수단과 결과에 의지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상상이 필요하다
토지주택공사(LH)가 도시개발을 위해 서민들로부터 헐값으로 토지를 몰수해서 택지를 건설한 후 대형 건설사들에게 싸게 팔던 시절이 있었다. 건설사는 싼 값으로 산 땅에다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짓고 엄청난 이윤을 남기고 팔았다. 그러나 그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아파트 값이 오르면서 더 큰 돈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런 기억을 가진 사람들은 틈만 나면 아파트를 분양 받거나,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서 부자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처음에 멀쩡히 살던 집에서 쫓겨나면서 땅을 빼앗긴 사람들만 억울하게 됐다. 그들은 다른 곳에 정착하기 위해서 쓸 수 있는 약간의 보상금 이외에는 재개발의 혜택을 전혀 얻지 못한 채 변두리로 쫓겨나서 어느 새 '반지하' 인생으로 전락했다.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에 반해, 그들이 살던 땅에 새로 들어선 사람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엄청나게 놀라운 부의 재분배였다.
그러니까 그 과정을 보면, 도시개발이라는 명목하에 국가가 나서서 폭력적이면서도 합법적으로 부의 이동을 초래한 것이다. (이번에는 LH 사장이 국토부 장관이 되었다. 그가 과거에 토지에서 생기는 부는 국가가, 건물에서 생기는 이익만 개인이 갖는 아이디어도 거론했었다고 하니, 조금 기대를 해도 될까.)
지난 30~40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를 사지 않고 자기 노동의 대가만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 기간 동안 전세나 월세 살면서 일만 열심히 하고 은행에 저금하면서, 아파트를 사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 억울함과 분노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은 말 그대로 투자라고 보기도 어려운 불로소득이 새로운 계급사회를 형성한 사회의 한 구석에서 어떻게 아파트를 두 눈 멀쩡히 뜨고 볼 수 있을까.
아직도 아파트를 사기는커녕 겨울에 연탄 한 장으로 하루를 나야 하는 작은 방에 사는 독거노인이 많다. 이주 노동자들 가운데서도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산다. 그렇게 살면서 가끔 추위를 쫓으려고 피운 불에 타서 죽거나 굶어죽거나 고독사하는 사람도 있다. 먹을 것을 갖다 주지 않으면 먹지도 못하고 몸도 움직이지 못하는 노인들도 있다. 그들을 모두 편하게 모실 수 있는 요양원이 많은 것도 아니다. 취업도 못한 채 하루에 한 끼밖에 먹지 못하는 청년들도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좁고 어둡고 냄새 나고 옆에서 소리가 잘 들리며,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방에서 산다는 것이다.
상상해본다. 역사상 처음으로 1인당 GDP 3만 달러의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나라에서 세계 최고의 건설 기술을 갖춘 건설사들이 그 자리에 노인과 청년들이 공동의 부엌과 거실을 나눌 수 있는 큰 공동주택들을 만들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새로운 주택과 주거 개념을 온 세계에 나눠주면 어떨까.
꼭 모든 것을 갖춰 밖에 나오지 않아도 되는, 그런 근사한 방들을 가진 네모난 아파트식 건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로 공동으로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할 큰 부엌과 식당이 있고, 함께 대화도 나누면서 독서도 할 수 있는 대형 거실을 갖춘, 참신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21세기형 건물들 말이다. 각자 햇빛이 들고 공기가 통하는 창을 가진 방에 살면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얼마나 예산이 들까. 나는 정말로 그것이 궁금하다.
"그런 측면에서 공공임대주택 확충도 좋지만 시중에 공급되는 집의 기준 자체를 바꾸는 일도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적어도 몇 시간 동안은 햇빛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나, 안전한 퇴근길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또, 집에 살면서 누군가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줄이고, 요리할 수 있을 만한 최소한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집 크기 외에도 많은 것들이 세상의 상식으로 정립되어야만 한다."
- <오마이뉴스>, 애인과 통화, 파티 소리.. 옆집 사람을 미워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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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냄새를 걱정하는 청년에게, 이런 '집'이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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