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우울증)' 때문에 강아지를 입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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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우고 나서 집에만 있는 게 전만큼 우울하진 않아요."
코로나19로 집에만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울감을 겪던 A(28세)씨는 최근 반려동물을 입양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를 겪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도우미견 나눔센터에 따르면 2020년 6월까지 입양된 동물은 296마리로, 2019년 전체 입양 건수 335건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한 반려동물 입양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 차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상황 속 반려동물 입양률이 증가한 것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파양 및 유기율도 대폭 상승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8월 말 기준 전국 보호소에 머무는 유기동물은 전년 동기에 비해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라북도는 전북 지역에서 2020년 8월까지 유기된 반려동물 수가 6260마리로 2019년 전체 유기동물 7881마리의 80%에 달한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유기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올해 유독 급증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 반려동물 유기 문제 가져와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통해 가계의 근로소득이 1년 전 통계에서 5.3% 감소해 2003년 이후 최대 하락 폭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진행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체감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 성인 3715명 중 약 80%가 경제적 어려움을 느꼈다. 이들이 꼽은 경제적 어려움의 가장 큰 이유는 채용 연기 및 중단∙무급휴직∙임금삭감이다. 이를 통해 올해 근로소득이 큰 폭 감소한 주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실직 및 휴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지갑이 가벼워진 것과는 별개로, 반려동물을 돌보기 위해서는 여전히 높은 지출액을 감당해야 한다.
2016년 서울연구원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보유한 가구의 64.9%가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제적인 문제를 꼽았다. 반려동물 한 마리를 돌보는 데에는 월 평균 16만 4천 원, 한 해 평균 190만 원이 넘는 큰 지출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근로소득이 큰 폭 감소한 상황에서 반려동물에 매달 16만 원 이상 지출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경제적인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소득이 줄고, 이로 인해 반려동물을 돌보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파양이나 유기를 결정하는 이들이 있다.
"코로나로 아르바이트 못 구해 파양"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졌어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매달 몇 십만원이나 드는데 알바가 끊겨서 그 돈을 감당할 수가 없었고, 더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해서 파양하기로 결정했어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면 제가 반려동물과 계속 함께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얼마 전 B(20세)씨는 키우던 반려동물을 보호소를 통해 파양했다.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파양 이유로 들며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조건이 될 때 입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입양을 위해 자격증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입양절차를 가진 독일 등에 비해 한국의 반려동물 입양 절차는 비교적 간단하다. 특히 일반적으로 입양자의 경제적 여건을 검증하지 않아, 입양인들은 자신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고려 못 한 채 입양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에 광주동물보호협회 '위드' 대표는 "막연한 기대감이나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입양하는 경우 유기나 파양의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입양 시 입양자의 동물보호의식과 책임감 등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입양, 코로나가 진정된 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