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이 알록달록하다. 이름을 부르면 창문 틈새로 누가 나올것만 같다.
백창훈
대저1동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에 띈 적산가옥은 '대저중앙로 319번길'에 위치한 집이었다. 알록달록한 외관이 이목을 끌었다. 주택 소유주의 양해를 얻은 뒤 가옥의 마당으로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였던 건 돌담으로 만들어진 지하실이었다. 철문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는지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었다. 지하실 안쪽은 텅 비어 있었기에 스산함이 느껴졌다. 나중에 안 사실로, 이곳은 과거에 과일 '배'를 저장하는 창고였다고 한다. 창고의 탄생 배경은 이랬다.
1900년대 초 당시 대저동 일대는 과수 농사하기 적절한 기후 덕에 배가 유명했다. 동시에 이 시기 일제는 조선의 토지 약탈을 위해 '동양척식주식회사(동척)'를 막 세운 터였다. 일제는 이 동척을 통해 빼앗은 조선의 땅을 자국 농민에게 싼값에 불하했다. 한반도 이민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위해서였다.
일본 자작농들은 자연스레 배로 유명한 대저 지역으로 몰려들었다. 수확한 배는 전국으로 유통됐고, 유통되기 전 배는 따로 보관했어야 했기에 일본인이 이 같은 창고를 만들어낸 것이다. 대저 지역에 적산가옥이 특히 많은 이유도 여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