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본관옆 공터에 코로나19 환자들의 회복실 용도로 사용할 예정인 48명 규모의 컨테이너 감염병전담병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컨테이너 내부에 환자용 침대가 설치되어 있다.
권우성
지난 10일, 서울의료원에 임시 컨테이너 병상이 설치됐다. 컨테이너 하나에 병상이 3개씩 모두 48개의 이동병상이 마련됐다. 이 컨테이너 병상은 감염병 전담병상에서 어느 정도 치료를 마친 환자들의 회복실 용도로 사용됐다. 병상 부족이 만든 결과다.
서울의료원은 지난 2월부터 코로나 전담병원 역할을 했다. 코로나 퇴치를 위한 '감염병관리기관'으로 지정돼, 코로나 특화 전담병원이 됐다. 입원병동 전체를 코로나 관련 환자의 전문병동으로 전환했고, 기존에 입원해 있는 일반 환자는 타 시립병원으로 순차적 분산과 전원을 했다.
서울의료원에서 25년 넘게 일한 간호사 B씨(50대)는 "수십 년 한 병원에 있었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며 "간호사들끼리 한 번 코로나 병동에 올라가면 못 내려온다고 '개미지옥'이라는 표현을 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서울의료원에도 고령의 중증환자, 치매환자가 몰렸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30일 "새해 서울의료원에 59병상의 응급의료센터를, 보라매병원에는 48개 중증환자 전담치료 음압병상을 갖춘 '안심호흡기 전문센터'를 조속히 건립하겠다"고 밝히면서, 서울의료원은 내년에도 코로나 환자의 상당수를 책임져야 한다. 문제는 간호사들의 박탈감이다.
"코로나 입원 치료는 기존 입원 치료보다 최소 2~4배의 인원이 필요하다. 보호구 착용 등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요즘 병상이 부족해 퇴원을 빨리 시키고 그만큼 입원도 많이 해서 입·퇴원에 드는 시간도 상당하다. 입·퇴원이 다 일인데, 일이 계속 몰리는 거다. 그런데 제대로 대우조차 받지 못해 그만두는 간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B씨는 서울의료원에서 10여 개월 코로나 환자를 전담했던 간호사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파견된 간호사의 수당과 병원 소속 간호사의 수당이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앞서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10일부터 수도권 간호사를 긴급 모집했다. 이후 협회는 수도권 임시 선별진료소 근무에 296명, 코로나 환자 치료 파견에 1114명의 간호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정부도 파견 간호사를 지원했다. 코로나라는 특수재난 상황에서 험지에 지원한 간호사들을 위해 파견 간호사 기본수당 20만 원, 위험수당 5만 원, 전문직수당 5만 원을 지원한다. 코로나 확진환자 치료 지원에 나선 간호사들은 일일 30만 원, 코호트격리 환자·일반환자 치료·선별진료소 근무 간호사는 25만 원, 해외입국자 임시 검사시설 근무자는 20만 원의 수당을 받는다.
파견기간 동안 숙박비 및 식비 등은 지자체에서 제공한다. 지급이 안 되는 경우 특별시는 11만 원, 광역시는 10만 원, 시도는 9만 원을 지원한다.
"후배 간호사들 사이에서 소문이 돈다. 누구는 몇 개월 일하면 지금 월급에 몇 배를 받는데, 우리는 여기서 뭐 하고 있나 이런 거다. 일도 힘든데 같은 일을 하고 받는 급여가 크게 차이 나니 버틸 이유가 없어지는 거다."
B씨에 따르면, 병원 소속 간호사는 임금 인상 없이 월급은 그대로다. 이런 상황에서 일일 30여만 원의 정부 수당을 받는 파견 간호사가 더 많은 돈을 받기 때문에 기존 간호사들은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지금까지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이 하며 기존 인력으로 버텼다. 이제서야 정부가 의료인력에 지원금을 투입하는데 10여 개월 코로나 환자를 돌본 병원 소속 간호사는 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라면서 "어느 시점에서 간호사들의 퇴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
공유하기
"코로나병동은 개미지옥...10개월 고생했는데 찬밥, 허탈"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