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의 상징이 된 법정스님의 다비식 모습. 지난 2010년 3월에 찍은 것이다.
이돈삼
눈길 가는 데마다 스님의 얘기가 스며 있는 불일암이다. 흡사 스님이 살아계신 것처럼 생생하게 떠올려 준다. 암자의 감나무에선 필요한 만큼만 따고, 다른 생물들이 먹을 수 있도록 나머지를 그대로 둔 스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노루와 사슴, 토끼들도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스님이 얼음까지 깼다는 개울도 보인다. 스님이 겨울 땔감용 장작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조금은 조잡하게 생긴 나무의자도 놓여 있다. 스님의 소박한 산속 생활을 짐작할 수 있는 불일암이다.
불일암에서는 스님의 '무소유' 법문도 절로 생각이 난다. 스님은 무소유를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행복은 결코 많고 큰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을 갖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아는 데 있다'고 했다.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라고도 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내려놓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비움이고, 용서이고, 자비라고 일갈했다. 들을수록 고개가 끄덕여지고, 금세 공감이 가는 법문이다. 내 마음까지도 편안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