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면 배바우도서관주민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으로, 도시의 어느 골목도서관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마을의 격을 높이는 아름다운 활동이다.
최수경
옥천군의 대다수 지역은 대청호 상류에 자리했다는 원죄로 인해 불편을 감내하면서도, 주어진 규제 환경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살려 광역상수원으로서 안정적인 수질을 공급하는 데 일조하는 금강동네 사람들인 셈이다.
삶이 퍽퍽할수록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화두는 도시와 농어촌에 공동체 운동이 들풀처럼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나 혼자가 아닌, 함께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국이다.
에너지보다 지금 더 중요한 것은 사람
그런데 그나마 잘 익어 곰삭은 착한 공동체를 화나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안남면 둔주봉에서 내려다보면 번쩍이며 산야를 덮게 될 대규모 태양광 사업이다. 태양광 사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규모 태양광 단지 면적은 마을의 얼굴이 달라지는 사업이다. 미래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자연유산이 마을공동체와의 협의 없이 외지인의 사적 이익에 의해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민을 더 답답하게 하는 것은 첫 삽을 뜨기 직전에야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없음이라는 행정 결론으로 주민들이 어딘가에 읍소하고 항변할 수 있는 싹마저 잘라 버린 것이다.
사업의 효과성과 목적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입지 선정, 관행적인 편법 인허가 절차의 부당성 등 주민들의 의견은 많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옥천군이 무엇 때문에 한 개인의 대규모 태양광사업과 착한 공동체를 뒤흔들어 맞바꿈 했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렇게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