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자료사진)
연합뉴스
여권이 윤석열 딜레마에 대한 출구전략을 놓고 고심이 깊다. 행정법원 홍순욱 재판장의 윤 총장 징계 집행정지 인용 결정으로 대통령의 법 집행권이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데다가, 대통령 국정지지도와 당지지율의 동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고 한마당에 법무부가 이에 불복해 고등법원에 즉시 항고장을 내는 것도 부담이다.
사의를 밝힌 추 장관으로선 여권지도부의 지원사격도 없이 징계를 계속 밀어붙였다가 잘못될 경우 혼자 '독박'을 쓸 수 있다는 부담감에 주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권과 청와대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져야 추진동력에 힘을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윤석열 딜레마에 빠진 여권
여권으로선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 하나하나가 충분한 사유가 된다고 믿지만, 검찰개혁이 윤석열 개인에 대해 찍어내기로 비치는 현실도 부담이다. 공수처 출범과 수사권-기소권 완전분리 등 검찰개혁을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데 집중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더 큰 문제라는 데 고민이 있다. 징계를 철회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징계 의지를 강력히 보여주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는 정권 말 레임덕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지지층의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과는 별개로 홍순욱 판사의 행정법원에서 본안소송은 계속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청와대의 징계 의지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미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한 홍 판사가 재판을 맡은 본안소송에서 법무부가 승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사 법무부 쪽 징계 결정이 인용된 걸 받아든다고 하더라도 윤 총장의 잔여임기 7개월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크다. 징계 효과가 전혀 없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 여권에서는 탄핵이나 공수처를 통한 수사를 통해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과연 이것은 가능한 출구전략일까. 여권이 모색하고 있는 '윤석열 딜레마에 대한 출구전략' 등 쟁점을 행정법원의 결정문과 대법원 판례, 법조인들의 견해를 통해 면밀히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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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판사들 "윤 총장 징계 무효는 판례 무시한 결정"
행정법원의 윤 총장 징계 집행정지 인용 결정이 난 후 법조계, 특히 판사 출신 변호사들로부터 홍순욱 재판장의 1심 결정에 "오류가 심각하다"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특히 홍 판사가 징계무효 판단의 근거로 든 '기피신청자의 의사정족수 포함' 문제에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SNS에 올린 영상을 통해 행정법원 결정문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특히 "기피신청자를 의사정족수에 포함시킨 후 기피신청자 기각을 의결한 것을 무효라고 한 법원 결정은 모든 징계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황당한 판결(결정)"이라고 지적했다. 30년 가까이 판사를 지낸 다른 법조인은 "법원의 징계무효 결정은 윤 총장을 봐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대법원 판례도 배척한 판사의 자의적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윤 총장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기피신청자를 의사정족수에 포함시키는 것은 법제처와 행안부 해석에도 나와 있다"라면서 "즉시 항고를 하면 법원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검사징계법과 대법원 판례를 통해서 징계 결정에서의 '기피신청자'의 위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의 개념 차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하다. 징계위원에 대한 제척, 기피, 회피 규정을 담고 있는 검사징계법 제17조는 제4항에서 '위원회는 징계혐의자의 기피신청이 있을 때에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의사정족수)과 출석위원 과반수(=의결정족수)의 찬성으로 기피여부를 의결한다. 이 경우 기피신청을 받은 사람은 그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홍순욱 재판장은 바로 이 단서조항, 즉 '기피신청을 받은 사람은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문구를 징계무효 결정의 결정적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윤 총장 징계위는 재적위원 7명으로 구성되었고, 참석한 징계위원은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 안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용구 법무차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 등 5명이었다. 징계결정 당시 심 국장은 스스로 위원을 회피해서 징계위에서 빠졌고 참석한 위원은 4인이 됐다. 그런데 윤 총장 측은 징계위원 4인 중 1명에 대해서도 기피신청을 했다. 징계위는 기피신청자를 일단 출석 시켜 의사정족수 4인을 충족시키고 난 후 징계의결과정에서는 3인 만장일치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이런 징계결정에 대해 홍순욱 재판장은, 기피신청 대상이 된 한 명은 의사정족수에서 제외해야 하며, 따라서 그를 뺀 3인으로 기피신청의결을 한 것은 의사정족수(4인 이상)를 채우지 않은 채 기피결정을 한 것이므로 징계결정절차 자체가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홍순욱 재판장, '의사정족수' vs '의결정족수' 차이 무시?
하지만 기피신청자를 의사정족수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홍 부장판사의 결정은, 검사징계법 어디에도 없다. 제17조 4항의 단서조항인 '이 경우 기피신청을 받은 사람은 그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문장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의 개념구분을 하지 않고 결정하는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이다. '기피신청자는 그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단서조항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이지 의사정족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해석한 것은, 법조문을 곡해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홍 판사 결정대로라면, 징계혐의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징계위원에 대해 기피신청만 하면 의사정족수를 채울 수 없게 되어 징계위를 아예 열 수 없게 되므로 어떤 징계도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검사징계법 17조4항의 단서조항은, 기피신청을 받은 자는 징계결정을 열기 위한 의사정족수에는 포함시키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례에 준해서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게 반대 측 논리다.
징계위는 재판부에 이런 법리를 뒷받침하는 대법원판례(1991.5.28 선고 90다20084)를 근거로 제시했으나 홍 판사는 이를 배척했다. 해당 대법원 판례는 구 상법(제368조 제4항)의 해석에 관한 내용으로, 총회의 결의에 관하여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결의성립에 필요한 의사정족수에는 포함되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런 논리는 2009년 대법원 판례(2008다1521)를 통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하지만 홍 판사는 이 대법원판례가 적시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규정과 검사징계법 제17조 제4항의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문장이 상이하여 원용하기에 적절치 않다면서 이를 배척했다. 홍 판사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문장이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문장과 동일한 뜻으로 해석되지 않는다면서, 기피신청 받은 자를 의사정족수에서 포함시켜 내린 기피신청의결은 무효이며 이에 근거해 내린 징계결정도 무효라고 결정했다. 즉, 홍 판사의 징계무효 결정은 검사징계법 17조 제4항의, '기피신청을 받은 자는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문장을 '기피신청 받은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의사정족수 계산에서도 제외시켜야 한다'는, 자기만의 해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법원 판례를 자의적으로 배제시킨 결정일 뿐 아니라, 그런 판시로 인해 사실상 모든 징계가 불가능해지게 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는 점에서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기피대상자를 의사정족수에 포함시킨 판례 있어
기피신청을 받은 자의 의사정족수 포함 문제에 대해 법조계의 한 인사는, "서울고등법원에는 교원징계에 불복한 사건(서울고등 2006나71818)의 판결이 난 적이 있는데, 이번 윤 총장 징계와 동일한 상황에서 기피신청자를 의사정족수에 포함시켜 판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취소 가처분 사건이 즉시항고를 통해 서울고법으로 올라갈 경우, 승소가능성이 매우 높게 점쳐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인사는 "서울고법에 법무부의 즉시항고가 올라오면 고민이 매우 클 것으로 안다. 고법 판례가 있기 때문에 윤총장 직무정지 취소 가처분 결정을 1심 행정법원과는 정반대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고법이 자기 판례와는 배치되는 판단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이 인사는 또 "설사 고법이 즉시항고를 기각하더라도 대법원 재항고를 통해 징계의 정당성을 인정받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도 안하면 행정부의 법 집행권이 사법부에 의해 무력화되는 일이 더욱 자주 일어날 것"이라면서 "이것이야말로 사법부의 행정권 침해, 삼권분립 침해 아니냐"고 반문했다. "혹시 패소하지는 않을까 걱정돼서 이번 결정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임기가 정해진 기관장의 징계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대통령 리더십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순욱 재판장은 윤 총장에 대한 정직2개월의 직무정지 징계사유를 놓고는 매우 모순된 결정으로 일관했다. 네가지 혐의 중 '검·언유착의혹 사건 감찰방해 혐의'만 인정했을 뿐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배포, '검언유착의혹 사건 수사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 위신손상 혐의 등 세 가지는 징계사유로 인정할 만큼 소명되지 않았고, 네 가지 혐의 모두 정확한 판단을 위해선 본안재판에서 심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 윤 총장의 징계처분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결정문을 보면, 홍 판사가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취소를 미리 결정해 놓고 그에 끼워 맞춰 결정문을 써 나갔다는 서기호 전 판사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대표적인 것이 판사들의 개인정보와 성향을 수집한 이른바 '판사사찰문건'에 대한 결정이다. 홍 판사는 이 문건이 "악용될 위험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하고 차후 작성돼서는 안되는 문건"이라면서도 "재판부를 공격하려는 목적으로 작성됐다는 주장에 대한 소명자료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서로 상충되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소명이 부족"하다는 쪽에 더 무게에 실어 윤총장 손의 들어줬다. 재판부가 법무부와 윤 총장 중 누굴 봐줘야 할지 매우 '정치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법무부 징계위원장을 대리했던 정한중 교수는 "법조윤리를 강의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번 재판부는 법조윤리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했다"면서 "법조윤리기준은 부적절한 행동 뿐 아니라 그렇게 의심받는 행위도 하지 마라는 게 기본"이라며 윤 총장의 '퇴임 후 봉사발언'이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만한 행동으로 품위를 손상시킨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행정법원의 징계무효결정과 징계위원회의 결정사이에는 간극이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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