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하천 모습 다리 설치공사로 인해 바닥까지 시멘트로 덮여있다.
김영희
이렇듯 마을의 크나큰 자산인 두가천을 대상으로 하천정비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자료에 의하면 사업 구간은 1.02 km이고, 사업내용은 현재 하천에 설치된 다리 7개를 전부 재가설하고 보 및 낙차공 8개소(4개소 재가설)를 가설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사업 기간은 1년 6개월 잡는다고 한다.
홍수 예방을 위해 지금의 다리를 부수고 높이를 높여서 새로 놓는다 하는데, 다리가 높아지면 하천 양쪽 옹벽을 새로 높이 쌓아야 할 것이고 다리와 이어지는 길도 높여야 할 것이다. 또 1.02km 구간의 하천에 보 및 낙차공 8개소를 가설한다면 결국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바닥은 시멘트와 인공구조물로 뒤덮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동안 곡성군 내에서 시행된 여러 소하천 정비사업의 예산이 평균 20억 원이었다. 재작년에 하천정비를 마친 옆 마을의 사업비는 20억 원을 훨씬 상회했다. 옆 마을과 환경이 비슷한 우리 마을 하천정비사업에도 그 정도의 예산이 들어갈 것이라 예상해볼 수 있다.
20억 원이라는 예산도 예산이지만 하천정비 사업을 하고 나면 지금의 하천 모습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하천 모습 대신 시멘트 옹벽에 갇힌 하천 모습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마을 하천에도 그동안 하천정비사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리를 놓느라, 보를 설치하느라 하천바닥이 시멘트로 덮인 곳이 아주 없지는 않다. 2011년 하천 일부 구간에 옹벽과 보 및 낙차공 설치 사업이 있었는데, 당시 마을에 물건 배달하러 멀리서 잠시 들른 분이, "2억을 들여서 저 아까운 데를 건드리다니"하고 내뱉던 한탄의 소리가 기억에 생생하다. 낯선 외지인의 눈에도 마을 앞의 하천이 더없이 아름답고 소중해 보였던 것이다.
이번 두가천 하천정비사업이 예정대로 진행이 된다면 그 규모는 이전과 비할 수 없을 것이다. 1.02 km 하천 구간을 완전히 파헤쳐 새로 옹벽 쌓고 다리 놓고 보 설치하는 대대적인 사업이다.
사업이 진행되는 1년 6개월간 마을은 소음과 흙먼지 등에 휩싸일 텐데 마을 사람들이야 참고 견디겠지만 수달과 황금박쥐, 부엉이들은 어디로 갈까. 사업이 끝나서 시멘트로 둘러싸이게 된 하천에 수달이 돌아올 수 있을까.
동식물이 점차 사라지고 종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면 언젠가는 사람도 살 수 없을 것이다. 지금 겪고 있는 기후 변화, 코로나 사태가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홍수 예방이라는 의도는 좋지만 지리적으로 홍수 방지에 유리한 자연조건을 갖춘 산골 마을까지 일률적인 하천정비사업을 벌여야 할지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자연경관과 생태계 훼손은 매우 치명적이어서 종국에는 우리의 삶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다양성이 보장된 생태계를 우리 후손도 누릴 수 있도록 보전할 의무가 있다.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연경관과 생태계를, 한번 훼손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마을하천의 모습을 큰 예산을 들여 인공적인 모습으로 변형시켜버린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나중에는 돈 내고 구경하러 올만 한 데를 돈 들여서 시멘트로 발라버린다니..." 마을의 하천정비계획 소식을 들은 어느 주민의 탄식이다.
홍수 피해가 우려된다면 충분한 조사를 하여 필요한 곳에만 최소한의 규모로, 생태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최대한 자연스러운 경관유지 공법으로 시행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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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보물' 두가천에 시멘트를 바른다니... 가슴이 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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