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에 불을 지퍼 콩을 삶아 메주 쑤기를 하였습니다.
전갑남
나는 아궁이에 장작을 들이밀고 불을 때기 시작하였습니다. 바짝 마른 장작이 불이 붙자 탁탁 소리를 내면서 잘도 탑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다 보니 예전 생각도 나고 어딘가 모르게 낭만이 느껴집니다. 밥이며 국이며 죄다 솥에 불을 지펴 지어먹었던 때와 비교하면 요즘 세상은 참 편해졌습니다.
다른 볼일을 보고 난 아내도 가마솥 부엌으로 나왔습니다. 우리는 불을 때며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여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곧이듣지 않는다!'는 말 알아?"
"그야 하도 거짓말을 해대니까 참말을 해도 믿기지 않는다는 거지!"
아내는 가짜가 판을 쳐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은 세상이 안타깝다며 혀를 찹니다. 그렇습니다. 가짜가 발붙일 수 없고, 진실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된장 맛에 대한 기대
한참을 불을 때는데, 마당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립니다. 아들과 손주가 집에 왔습니다. 네 돌을 두어 달 앞둔 우리 손주는 곧잘 말을 합니다.
"할머니, 지금 뭐하세요?"
"메주 쑤는 데..."
"메주가 뭔데요!"
"민준이, 된장국 먹어봤지? 지금 콩으로 메주를 쒀서 나중에 그 된장을 만들 거야!"
손주는 알아듣는지 모르는지 건성으로 고개를 끄떡입니다. 녀석도 아궁이 불에 손을 펴며 언 손을 녹입니다. 따뜻해서 좋다는 표정이 귀엽습니다. 우리 아이가 메주 쑤는 일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까요? 아내는 아무튼 요모조모 가르치려고 합니다. 그런데, 나이 어린 손주는 좀처럼 집중을 하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