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김씨가 발견된 날인 2017년 7월14일에만 해도 현장 조사를 진행했던 경찰서는 차량 내에서 반병 남짓 남은 소주 1병과 수면제·우울증 치료제 등 약품을 발견했다고 기록했다. 그런데 이후 조수석 아래 등에서 빈 소주병 2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조선혜
보험금 지급을 가로막았던 또다른 원인은 김씨가 사망하기 전날까지 그를 조사했던 강원도청 감사실 공무원의 허위 진술과 엉성한 경찰 조사였다.
도청 근무 당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김씨가 동해시로 자리를 옮긴 이후 감사실 쪽 2차 조사가 이뤄졌는데, 다음날 김씨가 사망한 채 발견되자 담당 공무원이 조사 사실을 숨긴 것이다. 약 2주 이후 감사실 공무원이 경찰에 당시 오후 6시30분까지 3시간 동안 조사를 진행했던 사실을 시인하면서 경찰 쪽 조서도 수정됐다.
게다가 경찰의 현장 조사도 허술했다. 당초 경찰은 숨진 김씨가 발견된 2017년 7월 14일, 차 안에서 반병 남짓 남은 소주 1병과 수면제·우울증 치료제 등 약품을 발견했다고 기록했다. 그런데 나중에 조수석 아래 등 차 안에서 빈 소주병 2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지난해 7월 확인서에서 "현장 조사 당시 조수석 의자가 앞쪽으로 밀려 있는 상태여서 의자 밑 부분까지 확인하지 않아 (빈 소주병을 추가로) 발견하지 못했다"며 "트렁크 내 쇼핑백과 그물 사이에서 발견된 빈 소주병에 대해서도 조사 당시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차량 내 번개탄을 피울 경우) 일반적으로 맨정신이면 연기 등으로 인해 차량 밖으로 대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술 또는 약물(수면유도제 등)을 복용한 뒤에는 대피하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김씨가 온전한 상태였다면 자살을 시도했더라도 살아날 수 있었겠지만, 과도한 음주나 약물 복용으로 인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해 결국 사망에까지 이르게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유가족들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추가 서류들을 6곳 보험사에 제출했고 약관상 받을 수 있었던 보험금과 함께 보험금 지급이 미뤄지면서 쌓인 가산금까지 모두 받았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달랐다.
완강한 삼성화재 "심신상실로 볼 근거 없다"
홍씨는 "삼성화재 직원이 '정말 다른 데서 보험금 받았냐'고 여러 번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확인해 보고 우리도 지급하겠다'고 했었다"며 "그래서 새 자료를 주겠다고 했는데 그건 보내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저는 그저 '삼성은 큰 회사니까 확인하고 주려나 보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홍씨는 삼성화재에 추가 서류를 제출했지만 지금까지도 삼성화재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현장에서 나온 유서, 인적이 드문 주차장에 차를 댄 것 등을 종합해보면 본인이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모를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며 "여러 곳에서 법률검토를 받았는데, 심신상실로 볼 근거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김씨와 유사한 사건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경우가 꽤 있다. 지난 2018년 10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A씨의 사건에서 "고인은 심한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 등이 현저히 떨어져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유서를 썼다는 것만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유서를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보험사 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울증에 음주 상태 사망, 보험금 지급 판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