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성왕이 최초로 불상을 보낸 일본 최초의 사찰, 향원사(向原寺)
이윤옥
저자는 일본 불교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나라시대의 '남도 육종(南都 六宗)' 역시 한반도의 승려들이 그 시조라고 주장한다. 삼론종(三論宗)은 625년 고구려의 혜관(慧灌)이 전한 것이고 성실종(成實宗)은 백제의 도장(道藏), 법상종(法相宗)은 백제의 도소(道昭)가, 화엄종(華嚴宗)은 신라 심상(審祥)의 활약으로 그 기반이 다져졌기 때문이다.
불교 사상뿐만이 아니었다. 저자는 이들을 '문화전파자'라 명명하는데 실제로 한반도 승려들은 선진문화를 일본에 이식하는 전달자 역할을 담당했다. 백제 승려 관륵(觀勒)은 역법(曆法), 천문둔갑술(天文遁甲術), 방술(方術)과 같은 특수 기술들을 전했고, 고구려 승려 담징(曇徵)은 채색(彩色)과 지묵(紙墨) 제작기술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최초로 맷돌을 제작했다고 전한다. 나라시대에 번창했던 법륭사(法隆寺)의 금당벽화가 담징의 작품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1000년에 걸친 방대한 기록을 정리하다
저자는 720년에 간행된 <일본서기>(日本書紀)를 시작으로 1702년의 <본조고승전>(本朝高僧傳)에 이르기까지 1000년이라는 방대한 시기 동안 일본에서 간행된 사료에서 고구려·백제·신라 승려들의 이야기를 찾아내 그들이 일본 불교 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한다.
"올해 89살인 데라카와 슌테이(寺河俊禎) 주지스님은 약간 건강이 안 좋아 보였다. 그럼에도 절을 찾아간 필자를 응접실에 앉게 하고서는 손수 작은 쟁반에 녹차를 타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는 전화 통화에서 별로 자료가 없다던 것과는 달리 오래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보였다. 이 두루마리는 절의 역사를 써 놓은, 483여년 된 <금강성사연기>(金剛城寺緣起)였다. 주지스님은 혜관스님 이야기가 적혀 있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어 주었다." - 2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