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나마 움직이는 오른쪽 어깨로 낚시하듯 자판을 눌렀다
㈔스파인2000
3년 만에 집에 온 그는 아버지 장례식 조의금으로 윈도우95 컴퓨터를 샀다. 사람과 소통하려는 간절함으로 키보드를 눌렀다는 그는 벤처 기업으로부터 취업 제의를 받을 만큼 컴퓨터 실력이 늘었다.
2000년부터는 국립재활원에서 장애인을 위한 컴퓨터 수업을 했고, 사회활동에 자신감이 붙은 그는 초등학교에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도 시작했다. 자신이 사용하는 장애인보장구로 체험교육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그는 TV에서 우리나라 장애아동 4명을 입양한 미국인 부부의 모습을 봤다. '미국의 장애인·아동복지가 잘 되어있구나'라고 생각한 그는 장애인이 잘사는 우리나라를 만들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서야겠다고 다짐했다.
컴퓨터로 후원자를 모집하는 글을 써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고, 한 달 만에 후원금 300만 원과 자원봉사자 50여 명을 모았다. 2001년 11월 그는 국립재활원 동료, 자원봉사자와 함께 용산구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가브리엘의 집'을 돕는 것으로 첫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나눔과 봉사가 제게 행복을 주었지요"
그는 20년 동안의 봉사활동이 자신의 삶에도 활력을 주었다고 전했다. 뺑소니 교통사고로 전신 마비 장애인이 되고, 입원 중 아버지를 잃는 슬픔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고통이 없었다면 따뜻한 마음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약자를 위한 행동은 그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꿨다.
그는 "나눔은 다 내 기쁨으로 돌아와 삶의 원동력이 된다"며 "나눔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행에는 차별이 없으며,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후원, 나눔,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적인 활동이에요. 한 달 720시간 중에 몇 시간 정도만 써서 일손 돕는 것, 떠먹는 요구르트 몇 개 사서 복지시설에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종로구에 있는 중증장애아동 보호시설 '라파엘의 집' 같은 경우도 아이들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입히느라 항상 일손 부족에 시달려요. 장애아동은 밥을 일일이 다 떠먹여 줘야 하거든요. 매 격주 토요일, 한 달에 2시간씩 두 번만 시간을 내서 일손 돕고 오시는 건 어떨까요? 아이들이 진짜 좋아할 겁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봉사활동을 할 수 없는 지금, 그는 인터넷과 SNS로 자원봉사자·후원자와 소통하고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9월부터 매달 소외계층에게 마스크를 지원하며, 약자가 느끼는 아픔을 달래보고자 노력한다. 지난달에는 장애인, 어린이, 노인, 북한 이탈 주민, 여성 복지 시설 15곳에 마스크 6500개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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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가 받는 소외와 차별을 모르는 척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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