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국가폭력의 피해자 모습바이헬프(BY help)라는 NGO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피해자 모습. 벨라루스 시민들은 집회참여로 경찰에 구타당한 이들의 의료지원, 벌금, 변호사 선임비용등을 지원하기위해 다양한 펀딩캠페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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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대응이 시민 조직화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이하르(27)는 인터뷰에서 "팬데믹이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이 확진자로 넘쳐나고 의료진이 (장갑같은) 기본적인 물품조차 없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정부의 무관심에 분노한 시민들은 자발적인 지원체계를 조직했다"는 설명이다.
펀딩을 통해 병원에 의료물품을 지원하고 식당은 음식을, 호텔은 숙박을 무료로 제공해 상황을 완화시켰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시민들은 국가의 부재에 회의를 느끼고 시민의 조직화에 더 주력했다. 선거캠페인이 시작된 후 정확한 투표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여러 대안적 플랫폼이 도입됐다.
아울러 선거조작 후 8월 9~11일 사이 국가폭력이 격해지자 시민들은 '바이 헬프(By Help) 같은 펀딩사이트를 만들어 국가폭력으로 다친 시민들의 의료비 지원, 소송비지원, 해고 및 경찰 등의 자발적 퇴직으로 인한 생계비 지원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바이 헬프 공식 페이스북
https://bit.ly/2XShcfz , 페이팔
https://bit.ly/byhelp_paypal ).
국제사회도 루카셴카 정권의 폭력적 진압을 규탄하고 있다. 세계고문방지기구(OMCT)는 현재까지 국가기관에 의한 강간 등 500건 이상의 고문 사례를 언급하며 "이 수치는 아직 증언에 나서지 못한 이들을 고려할 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국가가 기획하고 조직한 고문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있고, 이런 반인류범죄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런 상황에서 루카셴카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를 두고 "술중독자, 마약중독자, 창녀들이나 참여하는 행사"라는 막말로 비난해왔다. 또한 그는 국민을 '순종적인 양' '멍청한 소떼' 등으로 비유하고, '여성은 정치를 하지 말고 부엌일을 해야 한다' 등 여성 비하발언을 일삼아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폭력적 대응을 자제하고 평화로운 저항을 고수해왔다. 특히 벨라루스 여성들은 경찰에게 비폭력을 호소하며 평화를 상징하는 흰 옷과 꽃을 들고 시위와 행진에 참여했다. 여성들은 전경의 방패에 꽃을 꽂거나 이들을 포옹하기도 하고, 민스크 시내 전체를 잇는 인간띠를 만들어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는 리투아니아 및 폴란드, 독일 및 유럽 각지에서도 벨라루스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연대시위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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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위대 검거를 위해 벨라루스 민스크 시내를 점령한 전경 ⓒ 클레어함
기나긴 부정선거의 역사 그리고 정황들
왜 벨라루스 시민들은 대선을 불법부정선거라고 믿을까. 사실 벨라루스의 부정선거 논란은 그 역사가 길다. 1996년 이래 벨라루스의 선거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올해 대선결과도 그중 한 지류일 뿐이다. 루카셴카가 처음 집권한 1994년 대선이 유일한 공정선거였다는 것은 이미 통설이 됐다.
다수의 정치평론가들은 그 배경을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정치시스템에 있다고 언급한다. 그는 1996년 개헌을 통해 초헌법적인 대통령 권력을 장악했고, 2004년 개헌을 통해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독일매체 '도이체벨레' 보도에 의하면 그는 집권 한 달만에 언론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고 아울러 국회해체 및 개헌을 거쳐 식물국회를 만들었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만 해도 반정부 성향 야당 의원은 한 의석도 차지하지 못했고 현재 모든 110명 의원들은 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